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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과자 봉지로 통일을 빚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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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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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앞 통일전망대 옥상은 군인들이 경계를 서는 군사작전 지역이다. 이름과는 달리 오히려 남북간 대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이 건물에 생기가 돌고 있다. 지난 5월25일 북쪽을 향해 긴 꼬리를 뻗은 범 한 마리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설치미술가 홍현숙(44)씨가 두달간 작업해서 만든 작품이다.

“범은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생각돼왔다. 이 범의 꼬리 한쪽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 북쪽 우리 동포들의 마음까지 닿기를….” 작품에 매달린 설명이다. 하지만 홍씨는 “굳이 작품에 담긴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건물을 한번 보세요. 그 딱딱함이 통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 같지 않아요?” 단지 콘트리트가 이런 식으로도 부드러워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단다. “통일을 위해서는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도 중요하지만, 먼저 서로간의 마음이 통해야죠.” 홍씨는 인사동 육교 프로젝트 등 그동안 딱딱함을 무너뜨리는 주제의 작업을 많이 해왔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품 소재는 과자 봉지. 크라운제과에서 제공한 ‘죠리퐁’ 봉지 12만장이 들어갔다. 코발트 빛 얼룩무늬는 ‘와글와글’ 봉지다. “죠리퐁을 먹다가 생각해냈어요. 어린이들은 금방 알더라고요.” 높이 25m에 둘레가 33m나 되는 이 대형 작품이 아침 햇살을 받으면 반짝반빡 빛나 임진강 너머 북쪽에서도 볼 수 있다. 6월 말까지의 전시기간은 월드컵 기간이지만, 우연일 뿐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북한 어린이들에게도 죠리퐁을 보낼 수는 없을까 하고 제과회사 쪽에 물어봤죠. 포장한 상품으로는 부피가 커서 보내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월드컵에서 북한만 소외된 것도 안타깝고요.” 홍씨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범은 바람에 맞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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