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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반쪽을 얻은 ‘싱글의 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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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9-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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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관계를 파괴하는 제도”라며 결혼을 반대해 온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해방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결혼을 했다. 이달 초 그는 청소년기를 보냈던 오클라호마의 시골에서 아프리카 출신 기업가 데이비드 베일(61)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스타이넘의 나이는 올해 66살. 사진은 지난 80년대 그의 모습이다.

스타이넘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지난 1963년 <플레이보이>의 창립자인 휴 헤프너가 운영하던 플레이 보이 클럽에서 쇼걸로 일한 경험담을 글로 쓰면서부터다. 점점 정치적인 성향을 띠게 된 그는 68년 미국의 급진 페미니스트 그룹인 레드스타킹스의 회원이 됐으며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잡지인 <미즈>를 공동 창간했다. ‘여성노동자연합’ ‘전미여성정치대회’ 등의 각종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분노와 일상의 반란> <내부로부터의 혁명> 등의 책을 쓴 그는 성적인 카스트 제도가 모든 인종·계급 그리고 기타 차별의 근본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스타이넘은 결혼을 맞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수년간 평등한 결혼을 이루기 위해 애써왔지만 나 자신이 그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 놀랍고 행복하며 어느 날엔가 이에 대해 글을 쓸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스타이넘은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페미니즘이 우리 삶의 각 시기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이 결혼이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오랫동안 스타이넘은 자신이 결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87년에는 “나는 결혼이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결혼 뒤 여성은 반쪽짜리 비인간으로 전락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실제 그의 결혼식 주례사에서는 ‘남편과 아내’라는 말 대신 ‘파트너’라는 말이 사용됐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gauz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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