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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여군학교 ‘생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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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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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종수 기자)
‘언니들’이 총대를 멨다. 국방부의 여군학교 폐지 방침에 예비역 장교들이 시기상조론을 외치며 국회, 행정부, 시민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지난 98년 ‘국방개혁 5개년 계획’에 따라 52년 전통의 여군학교를 올 11월부터 폐지할 방침을 세웠다. 연간 예산 6900만원을 절감한다는 목적으로 여군사관후보생은 3사관학교에서, 부사관후보생은 부사관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군 안팎에서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반발에 부닥쳤다. 여군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정책으로 사기를 떨어뜨리고, 34억원을 들여 새로운 시설을 확충해야 하므로 오히려 예산낭비라는 것이다. 가장 앞장서 ‘폐지 반대’를 외치는 이들은 여군학교를 친정으로 한 예비역 장교들. 전영희(50·대위 예편)씨도 그 가운데 한명이다.

“우리나라 여군비율은 1.6%입니다. 통합교육을 하려면 최소한 여군비율이 7∼10%는 돼야 해요. 안 그러면 여군은 고사합니다. 힘겹게 군생활하는 후배들, 군을 직업적 목표로 여기는 많은 딸들을 생각해서 나섰습니다.”

지난 5월24일 국회 안보통일포럼 주최로 열린 ‘여군학교 존속을 위한 공청회’도 재향군인 여성회에서 제안한 행사다. 상명하복의 구조상 현역 여군들이 나서기 어려운 탓에 전씨를 비롯한 ‘언니들’이 앞장선 것이다.

13년간 육군본부에서 근무하다 82년 전역한 전씨는 한 벤처기업 경영진으로 근무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그가 여군학교 존속을 위해 발품을 판 까닭은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군대”를 원하기 때문이다. “여군의 수가 늘어나고 여성장군들이 많아질수록 군대는 발전합니다. 국회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군대 내 여군이 최소한 5%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여군학교 폐지 계획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요. 수적으로도 그렇지만 남군이 여군을 동등하게 대하는 의식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여군학교 폐지는 성급한 결정입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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