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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고기 없는 고기, 참치 없는 참치가 ‘진짜’ 같았던 비밀은

[비건 비긴] 대체육 전문 기업 연구센터 가보니… “물에 불려 찢어 육류와 동일한 질감 구현하는 기술이 차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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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2-07-31 18:19 수정 : 2022-09-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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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대체식품 전문 기업 ‘알티스트’의 다양한 제품. 류우종 기자

“고기의 씹는 질감을 구현할 수 있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LMHT(Low-Moisture, High-Temperature)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 조직을 만든다. 단백질 조직을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시켜 완성한 뒤 물에 불려 찢음으로써 육류와 동일한 질감, 식감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2022년 7월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식물성 대체식품 전문 기업 ‘알티스트’ 연구개발(R&D)센터에서 만난 윤소현 알티스트 대표가 말했다.

‘씹는 맛’ 결정하는 압출성형 기술
이날 알티스트의 대체육 중 하나인 ‘고기 대신 비건 떡갈비’ 생산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이 회사가 만드는 대체육의 주재료는 대두(콩)이다. 기름을 짜내는 탈지 과정을 거친 대두박을 이용한다. 먼저 대두박과 탄수화물, 영양분 등을 넣어 계량한다. 계량된 원료는 진공배합기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탄수화물 특유의 점도를 높이기 위해 곤약·버섯 등을 혼합하고 고기와 유사한 향과 맛을 구현하기 위해 아미노산, 펩타이드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한다. 이후 고압으로 압출해 성형기에서 모양을 잡아준 다음 식물성 오일과 조미 소재를 넣는다. 그다음 증숙기에서 스팀으로 익힌 뒤 급속 냉동하면 완제품이 된다. 분말 형태인 대두박이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떡갈비가 되어 나왔다.

맛은 어떨까.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중식당 ‘알트에이’를 찾았다. 이곳은 알티스트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모든 메뉴에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는 비건 중식당이다. 참치 누룽지 카나페, 찐만두, 된장짜장, 깐풍육을 맛봤다. ‘진짜’ 참치가 아니라면, ‘진짜’ 고기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메뉴 같았지만 모두 대두로 만든 대체육과 대체어류로 만들어졌다. 식감도 맛도 대체육, 대체어류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진짜 같았다.

대체육은 크게 식물성 대체육, 곤충단백질 식품, 배양육 등으로 분류된다. 식물성 대체육은 국내 대체육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개발·생산 중이며 가장 많은 제품으로 출시됐다. 주로 콩·밀·호밀·보리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한다. 알티스트 윤소현 대표는 대두를 선택한 이유를 “대두 알레르기가 있는 아시아인이 많지 않은데다 동물단백질과 영양성분을 비교해봐도 우월한 부분이 많을 정도로 대두의 영양적인 면이 탁월하고, 원료 공급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티스트를 포함한 대부분 식물성 대체육은 육류 특유의 조직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압출성형’ 공정을 이용한다. 분말 원료를 투입하고 조미료, 착색료, 기름, 물 등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고온·고압으로 압출해 조직화한 제품을 생산한다. 혼합 원료의 수분함량과 가열 온도·시간, 압출기 내 압력 같은 변수를 조정해 특성을 변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이 일정 방향으로 배열되면서 스펀지 같은 조직이 만들어지는데, 이 조직이 육류와 같은 식감을 가진다. 이후 급격히 온도를 낮추는 냉각장치를 이용해 조직 팽창을 최대한 억제한 뒤 동결하면 완제품이 만들어진다.(조선영·류기형, ‘압출성형 공정을 이용한 대체육 제조의 특성과 전망’, 2021)

2022년 7월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알티스트 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이 대체육의 원료를 살펴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갈색거저리, 메뚜기, ‘시험관 고기’도 대체육
재료의 종류, 혼합 비율, 그리고 질감과 조직감을 결정짓는 압출성형 기술이 브랜드의 차별점이 된다. 알티스트의 LMHT 기술 역시 이 회사만의 차별점이다. 원료가 되는 혼합물의 기본은 축산 고기 성분 같은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이다. 그 외 브랜드마다 색감·육즙·향미·탄력 등을 위해 다양한 조미 소재, 식물성 색소 등을 더한다.

식물성 대체육 외에 식용 곤충, 배양육도 대체육으로 분류한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 증식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배양한 식품을 말한다. 시험관에서 배양됐다는 의미로 ‘시험관 고기’라 부르기도 한다. 비건 사이에는 배양육을 대체육이라 할 수 있냐는 논쟁이 벌어진다.(96~99쪽 참조) 현재 식품 허가를 받은 배양육 업체는 미국의 ‘잇저스트’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 또한 과도기 형태의 배양육이다. 잇저스트가 싱가포르에서 출시한 제품은 30%의 동물성 재료(배양육)와 70%의 식물성 재료(식물성 대체육)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제품이기 때문이다.

식용 곤충은 주로 굼벵이로 알려진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갈색거저리 애벌레, 귀뚜라미, 메뚜기, 번데기 등 식용이 가능한 모든 곤충이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갈색거저리를 활용한 햄버거 패티를 개발했고, 국내 기업인 웰버그가 갈색거저리를 활용한 파우치형 단백질 보충제를, 퓨처푸드랩에서는 갈색거저리, 귀뚜라미를 활용한 에너지바, 단백질보충제, 시리얼 등을 판매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세계 대체육 시장은 53억48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2016년 시장 규모(38억1700만달러)에 견줘 5년 만에 40%가량 성장했다.

특히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폭발적인 성장을 위한 준비가 된 식물성 식품’ 보고서를 보면, 현재(2020년 기준) 40억달러 규모인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2025년 28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2030년에는 74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보고서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2020년 전체 육류 판매의 0.3%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에는 전체 육류 판매액의 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2년 7월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비건 중식당 ‘알트에이’를 찾은 손님이 참치 누룽지 카나페, 찐만두, 된장짜장, 깐풍육을 맛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식물성 대체육, 10년 뒤 육류 판매액 5% 전망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식물성 대체육을 공급한 업체는 ‘지구인컴퍼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를 내놨다. 식물성 육포, 패티, 미트볼 등을 제조하며 에스에스지(SSG), 쿠팡 등 국내외 30여 개 회사와 제휴해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언리미트의 대체육은 써브웨이의 샌드위치(‘얼터밋 썹’), 도미노피자의 피자(‘식물성 미트 시그니처’), 파리바게뜨의 샌드위치(‘언리미트 샌드위치’), 씨유(CU)의 ‘채식 시리즈’ 등에 사용된다.

알티스트도 2020년 식물성 대체육 ‘고기대신’을 출시하고 이마트·롯데마트·신세계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쿠팡·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에 입점했다. 알티스트는 국내 최초로 콩을 원료로 한 참치 대체육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유통기업과 협업해 참치 대체육으로 만든 삼각김밥을 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한다.

대기업도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팬데믹을 거치며 동물권,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롯데푸드, 동원에프앤비(F&B), 씨제이(CJ)제일제당, 풀무원, 농심,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이 대체육 브랜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체육 시장이 태동기를 지나 점차 관심이 늘어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김민수 애그스카우터 대표(충북대 농업경제학 박사)는 “식물성 식품 시장은 향후 10년 사이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고, 성장 동인은 엠제트(MZ)세대와 플렉시테리언(기본적으로 채식을 지향하며 상황에 따라 간헐적인 고기 섭취와 생선, 유제품 등을 먹는 사람)에 있다”며 “경제성 관점에서 식물단백질과 기존 동물단백질의 차이를 줄여야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이 육류 섭취 방식 변화시킬까
반면 배호재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부교수는 “식물성 대체육은 공장식 사육 방법과 도축 과정에서 오는 동물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전통적인 축산 방식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축산 방식도 이에 맞춰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개선되고 있어, 대체육이 기존 육류 섭취 방식을 완벽하게 변화시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대체육과 배양육을 적절히 섞은 ‘하이브리드 고기’의 등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현근 다나그린 기술이사는 “하이브리드 배양육이 당분간 흔히 접하는 주력 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참고 문헌

<대체육 생산 현황과 전망>,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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