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어린이들이 2022년 4월11일 울산 현대중공업 아파트 마당에서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다.
등교 첫날, 친구들에게 줄 과자 꾸러미 듬뿍
아파트 옆집에 사는 샤케르(36)와 다우드 아미니(36)를 함께 만났다. 다우드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의 한국 병원에서 약사로 일했고, 샤케르는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컴퓨터 강사로 일했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엔진 조립 업무를 하고 있다. 다우드에겐 2명, 샤케르에겐 3명의 자녀가 있다. 다우드의 딸 모나와르와 샤케르의 아들 무스타파는 서부초등학교 1학년이다.모나와르와 무스타파가 서부초에 입학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들의 입학을 반대한 서부초 학부모들은 손팻말 시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샤케르는 학부모들의 반대 여론이 놀랍거나 슬프지 않았다. “다른 민족을 싫어하는 건 아프가니스탄이 더 심하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이 많다. 한국인의 반대는 부드러운 반대였다. 다만 우리는 외국인이긴 해도 한국 회사에 다녔고, 한국인과 10년 이상 일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국인, 한국 문화를 잘 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오해가 있기에 반대했다고 생각한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줄 것이라 믿는다.”(샤케르) 부모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다고 다우드는 말했다. “79가구가 한국에 들어왔고 그중 29가구가 울산에 정착했다. 나머지는 경기도 평택, 안산 등으로 갔는데 그쪽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먼저 학교에 갔다. 그 소식을 우리 아이가 듣자마자 ‘아빠, 우리는 언제 학교에 갈 수 있어요? 뭐가 문제예요?’ 하고 묻더라. 아이들은 계속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고, 학교에 가길 엄청 기다렸다.”결국 아이들은 한국 학생들의 입학일과 개학일보다 2주 이상 늦은 3월21일, 첫 등교를 했다. 등교하는 아이들 손에는 종이가방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종이가방 겉에는 아이 이름과 인사말이 한글로 적혀 있었고, 가방 안에는 친구들에게 나눠줄 과자 꾸러미가 같은 반의 학생 수만큼 들어 있었다. 삐뚤삐뚤했지만 정성스레 쓴 글씨에는 한국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묻어났다. 다우드는 “아프가니스탄 속담에 ‘처음에 단 음식을 나누면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선물을 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울산에 정착한 무하마드 샤케르 팔항(맨 오른쪽)과 세 자녀. 왼쪽부터 무스타파, 아스라, 오스만.
집에서 한국말로 재잘거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금세 학교에 적응했다. 모나와르는 “학교생활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어로 “좋아요, 아주 좋아요”라며 웃었다. 샤케르는 “먼저 물어보지 않아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며 “초등학생인 무스타파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쓰기도 말하기도 잘하는 편이고, 유치원생인 아스라는 아직 쓰기는 못하지만 오빠와 한국어로 대화한다”고 말했다. 서부초등학교에서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재현 강사는 “한국어를 노래 등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밌게 배운다”며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에게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이야기하며 한국어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문화권에 속한 이들은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할랄 음식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음식을 말한다. 다행히 울산에 할랄 음식 전문업체가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샤케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해물을 먹어봤다. “글로벌 시대니까 큰 차이는 하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엔 바다가 없어서 해물이 없는데, 한국은 해물이 많다. 아직 다른 해물은 못 먹어봤고 새우는 조금 먹어봤다.”아이들도 학교 급식에 만족하고 있다. 샤케르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도시락을 싸서 가지 않았고, 다우드의 아이들은 급식과 도시락을 병행한다. “아이들이 학교 급식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급식에서 나오는 디저트를 좋아해서 매일 이야기한다.”(다우드) 모나와르는 “케이크,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우유, 초콜릿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좋은 미래 찾기를”
샤케르와 다우드는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던 순간이 생생하다. “탈출하기로 한 날, 공항 게이트에 들어가야 하는데 게이트 앞에 몇만 명이 서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다음날 한국 정부가 빌린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기로 했다. 오후 4시에 버스를 탔는데 그다음 날 아침 7시에 도착했다. 원래는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다. 너무 힘들게 한국에 도착해 충북 진천에 갔는데 한국 정부가 다리어(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는 페르시아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통역사로 준비해놨더라. 같은 언어로 탈레반이 우리를 힘들게 했는데, 한국 진천에서 다리어로 환영한다는 말을 들으니 감동적이었다.”(샤케르)이들에게 한국은 두 번째 국가나 다름없다. “한국은 우리 가족에게 두 번째 국가이자, 우리 집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언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다우드) “아이들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고 좋은 미래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샤케르)울산=글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모두가 소중한 아이들이에요”

울산시교육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