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 베풀고 파벌에 끈 대야 당선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대학총장 선거의 혼탁상
“선거철만 되면 동료 교수들이 이런저런 것을 요구하는데 다른 선거판보다 더하다. 형편없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보직을 달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하고…. 술 한번 사주면 일반 선거판보다 교수들이 더 잘 찍어준다.” 선거 때 뭔가를 요구하는 건 대학도 다를 바 없다는 한 지방국립대 교수의 한탄이다.
한 후보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
한 사립대 교수는 “혼탁한 총장 선거를 몇번 겪어본 교수들은 총장 선거를 외면한다”고 말했다. 누가 되든 어떤 방식으로 총장이 선출되든 관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면하기조차 쉽지 않다. 후보마다 동료 교수 연구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지를 부탁하는 통에 대학이 온통 선거판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연구하고 가르쳐야 할 교수들이 선거 때 학교 앞에서 밥 사고 술판을 벌이면서 대학을 난장판으로 만든다”고 탄식했다.
총장 후보로 나선 교수 1명이 하루 2명씩 동료 교수들을 만난다고 치면 1년이 넘게 걸린다. 웬만한 대학의 경우 교수의 수가 700명이 넘는다. 그래서일까. 총장 선거를 2년여 앞둔 한 지방국립대 교수는 “벌써부터 몇몇 교수가 자신의 총장 출마를 입소문 내면서 선거 캠페인이 물밑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 선거전에도 현실 정치판 못지않게 온갖 조직과 돈이 동원된다. 선거전이 달아오르면 호텔에 따로 선거캠프를 차리는 후보도 있다. 다른 동료 교수들한테 눈치보일까봐 연구실과 별도로 선거본부를 꾸리는 것이다. 선거참모는 몇몇 동료 교수들로 구성되고, 연구실 조교 역시 발로 뛰어야 한다. 후보자 소견 발표에 앞서 유명 앵커를 불러 미리 연습하는 교수도 있다. 동료 교수들한테 냉면 한 그릇 안 사는 후보는 총장이 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사립대 교수는 “내가 잘 아는 지방의 한 법대 교수가 총장 선거에 나와 아파트까지 팔았는데 믿었던 교수들이 자신을 외면한 것으로 선거 결과가 나오자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고 전했다. 술 사고 밥 사는 것만으로 총장이 되긴 어렵다. 교수 사회에도 ‘학내 정치’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한 지방국립대 교수는 “동료 교수들한테 화끈하게 술 한번 사준다고 해도 고교 동문 같은 데 한 다리라도 안 걸치면 총장이 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총장 선거철이 되면 교수 사회의 파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파벌은 크게 재직동문 교수파와 타 대학 출신 교수파로 나뉘기 십상이다. 사학재단에서는 재단과 가까운 교수들과 재단에 비판적인 교수들로 다시 갈린다. 분규 때문에 재단이 물러나고 관선이사가 파견된 대학은 더 복잡하다. 복귀를 시도하는 옛 재단을 등에 업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공백기를 틈타 새로 진입하려는 특정세력이 미는 교수가 총장 후보로 나서기도 한다. 교수마다 독립적인 학문의 자유를 누리는 대학에서도 “줄을 잘못 서면 고생한다”는 말이 나돌기는 바깥 사회와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난 뒤 새 총장 세력의 반대편에 섰던 교수들은 이른바 ‘부정적 세력’으로 몰리고 만다. 학내 정치가 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여교수는 총장후보가 될 수 없다?
선거라는 게 으레 그런 것이고 교수 사회는 그래도 정치판보다 덜하지 않느냐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다. 최근 치른 한국외국어대 선거에서 후보 초청 토론회를 주관한 김상열 교수는 “상호 토론시간이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인신공격으로 흘러 안타깝다”고 말했다. 후보 토론회는 “왜 남을 씹고 그럽니까? 당신 할 말이나 하세요.”, “당신이 과거에 한 일을 다 아는데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소?” 등의 비방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대학 사회에서는 “여교수는 ‘총장’은 될 수는 있어도 총장 ‘후보’는 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선거과정에서 온갖 아름답지 못한 ‘설’들을 뱉어내는 총장 ‘후보’ 노릇을 여교수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총장 선거가 속속들이 바깥에 드러나면 학교 망신”이라며 “교수들이 총장 직선제를 통해 민주주의를 할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총장 선출방식은 교수협의회 또는 학원 3주체(교수·직원·학생)가 직접 선거를 통해 뽑는 직선제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통해 추천받은 사람 가운데서 재단이나 정부가 임명하는 간선제가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교수협의회의 총장 직선제는 대학 민주화와 자율의 상징이었다. 특히 사립대의 총장 선거는 전횡을 행사해온 재단을 견제하고 구성원들이 학교 일에 참여하는 민주주의적 절차이자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현재는 국립대를 빼면 온전한 직선제를 시행하는 사립대는 1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의 자율성을 재는 척도인 총장 직선제가 후퇴한 까닭은 무엇일까.
총장 선거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두축에서 빚어지고 있다. 하나는 사학재단과 학원 3주체 사이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3주체 내부에서 대립하는 지형을 띤다. 먼저 재단과의 대립구도를 보자. 교수들이 학문연구는 뒷전인 채 이패 저패로 갈리는 파벌 조장과 선거를 도와준 교수들끼리의 보직 나눠먹기 같은 직선제의 폐해는 곧 총장 직선제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졌다. 사학재단은 이런 부작용을 놓치지 않고 ‘호기’로 삼았다. 이를 빌미로 재단의 총장 임명권을 복원시키려고 끊임없이 시도해온 것이다. 대학 민주화의 상징인 직선제를 교수들 스스로 흐리고, 이에 따라 총장 선출 주도권을 사학재단에 다시 넘겨주는 꼴이 되고 만 격이다.
변화되는 직선투표
재단의 권토중래가 본격화된 것이 요즘 대학마다 구성되는 ‘총추위’다. 교수·직원·학생·동문회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재단 쪽 총추위는 겉으론 각 구성원 대표를 망라하는 민주적인 모습을 띤다. 그러나 총추위는 교수협의회 선거에서 선출된 후보자 외에 별도로 재단 쪽에서 미는 후보까지 내세운다. 총추위 구성을 놓고 교수협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건국대의 주경복 교수(교수협의회장)는 “재단이 구성하는 총추위가 총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교수협의회의 선거 내용을 무시해버리는 일이 잦아 교수들 사이에 직선투표를 해봤자 헛고생이라는 패배주의가 퍼져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교수들이 직선투표를 강행하더라도 결국 재단 쪽이 애초에 정한 사람으로 총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좌절감이다. 임의기구에 지나지 않는 교수협의회를 완전 무력화하기 위해 재단이 총추위를 구성했고, 여기서 선출된 총장은 재단의 대리인 노릇을 한다는 게 교수들의 얘기다. 최근 고려대의 ‘한 대학, 두 총장’ 체제도 이런 갈등에서 비롯됐다.
교수와 직원·학생들간 대립의 골도 깊다. 직원·학생들은 “대학 총장이 교수들만의 대표냐?”며 자신들한테도 총장 선출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한국외국어대 직원노조는 총장 선거에서 교수협의회와 별도로 독자적인 총장 후보투표를 실시했다. 한국외대 직원노조 심재영 지부장은 “교수협의회의 총장 선거는 지지하지만 직원도 대학의 구성원인데 교수협의회가 자기네들끼리 총장을 뽑겠다고 나서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배우는 학생들이 교수처럼 똑같은 한표를 행사하는 것도 문제고, 직원들은 재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선거에서 재단의 의도에 끌려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수 표는 분산되는데 직원들 표는 한 후보에 몰릴 경우 재단의 뜻대로 된다는 논리다.
물론 부작용이 있지만 직선제는 폐해를 줄이고 그 참뜻을 잘 살려야 할 제도다. 건국대 주경복 교수는 “총추위를 내세운 재단에 교수 등 학원 주체들이 단합된 힘으로 대응하면서 직선제를 민주주의의 장으로 올바르게 세울 고민을 해야 한다”며 “학원 분열은 재단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을 오히려 돕는 꼴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총장 후보로 나선 교수 1명이 하루 2명씩 동료 교수들을 만난다고 치면 1년이 넘게 걸린다. 웬만한 대학의 경우 교수의 수가 700명이 넘는다. 그래서일까. 총장 선거를 2년여 앞둔 한 지방국립대 교수는 “벌써부터 몇몇 교수가 자신의 총장 출마를 입소문 내면서 선거 캠페인이 물밑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 선거전에도 현실 정치판 못지않게 온갖 조직과 돈이 동원된다. 선거전이 달아오르면 호텔에 따로 선거캠프를 차리는 후보도 있다. 다른 동료 교수들한테 눈치보일까봐 연구실과 별도로 선거본부를 꾸리는 것이다. 선거참모는 몇몇 동료 교수들로 구성되고, 연구실 조교 역시 발로 뛰어야 한다. 후보자 소견 발표에 앞서 유명 앵커를 불러 미리 연습하는 교수도 있다. 동료 교수들한테 냉면 한 그릇 안 사는 후보는 총장이 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사립대 교수는 “내가 잘 아는 지방의 한 법대 교수가 총장 선거에 나와 아파트까지 팔았는데 믿었던 교수들이 자신을 외면한 것으로 선거 결과가 나오자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고 전했다. 술 사고 밥 사는 것만으로 총장이 되긴 어렵다. 교수 사회에도 ‘학내 정치’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한 지방국립대 교수는 “동료 교수들한테 화끈하게 술 한번 사준다고 해도 고교 동문 같은 데 한 다리라도 안 걸치면 총장이 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총장 선거철이 되면 교수 사회의 파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파벌은 크게 재직동문 교수파와 타 대학 출신 교수파로 나뉘기 십상이다. 사학재단에서는 재단과 가까운 교수들과 재단에 비판적인 교수들로 다시 갈린다. 분규 때문에 재단이 물러나고 관선이사가 파견된 대학은 더 복잡하다. 복귀를 시도하는 옛 재단을 등에 업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공백기를 틈타 새로 진입하려는 특정세력이 미는 교수가 총장 후보로 나서기도 한다. 교수마다 독립적인 학문의 자유를 누리는 대학에서도 “줄을 잘못 서면 고생한다”는 말이 나돌기는 바깥 사회와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난 뒤 새 총장 세력의 반대편에 섰던 교수들은 이른바 ‘부정적 세력’으로 몰리고 만다. 학내 정치가 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여교수는 총장후보가 될 수 없다?

사진/ 대학 민주화의 상징인 직선제를 교수들 스스로 흐리면서 총장 선출 주도권을 둘러싼 재단과 교수·학생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 대학 두 총장’체제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는 고려대. (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