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박종철 드라마로 부활
등록 : 2002-05-15 00:00 수정 :
1987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씨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방송이 오는 6월24일 방영 예정으로 제작 중인 2부작 특집드라마 <박종철>은 박종철씨의 죽음과 그로 인해 촉발된 6월항쟁까지 당시 사건을 조명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 박종철씨에 관한 뒷이야기를 담는다. 이를 위해 연출자
이정표 PD 등 제작진은 가족, 부검의, 친구 등 당시 관계자를 두루 만나며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10차례 이상 대본을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큐멘터리성으로 가자니 자칫 밋밋해질 수 있고, 픽션을 많이 넣자니 의미가 없어 수위 조절이 아주 힘들다. 전체적으로 증언에 기초한 픽션이 80∼90% 이상 차지할 것이다.”
너무 잘 알려진 사건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감동의 여지가 줄어들 ‘위험부담’이 있다.
“처음에는 사실 관계를 밝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인간 박종철이 없으면 공감의 폭이 좁아지겠다 싶어 같은 과 학우이자 고향 친구인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결과 박씨는 순수하고 원칙주의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농활 갔을 때 현지에서 음식을 얻어먹어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수 한 그릇조차 사양했다는 것이 그랬다. 여자 친구의 수기에 기초한 사랑 이야기도 들어간다.”
여전히 힘든 건 ‘사람’이다. 고문에 개입한 경찰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언급조차 회피한다거나, 당시 40여명이 기소됐으나 실제로 유죄를 인정한 건 1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드라마에 어느 선까지 등장시켜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이 PD 자신으로선 박종철씨와 개인적 인연을 처음 맺은 셈이다. 서강대 출신으로 열성적인 운동권은 아니었고 “참여하는 정도였다가 연극 쪽으로 빠졌”으니 말이다. “한 시대를 바꾼 사건치고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평가작업, 기념탑 설립은커녕 가묘만 남아 있는 사실 등을 알고 놀랐다. 시청률이 의식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잘 모르던 인간 박종철에 대한 부분들을 눈여겨보면 좋겠다.”
이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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