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닫은 불광문고 앞에 놓인 나무. 독자들이 달아놓은 메모들이 잎사귀가 됐다.
폐업 앞두고 쏟아진 감사 인사와 주민 청원
불광문고는 2000년부터 어린이 문화교실을 열어 7년간 운영하는 등 시민사회 거점 구실을 했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다른 서점에서는 신입 위주로 직원을 뽑지만, 이곳엔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여럿이다. ‘훈련돼야 책 진열 등 서점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잘 안 팔린다는 이유로 다른 서점에선 구석으로 몰리거나 아예 사라져버린 ‘시집 코너’ ‘인문 코너’를 서점의 괜찮은 위치에 계속 마련해뒀다. ‘창작동화’ ‘그림책’ ‘1인 출판사’ 관련 코너도 불광문고의 고집이 있어 유지됐다.“책 진열이 달랐다는 건 손님들도 알고 계셨더라고요. 저희라고 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위주로 진열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다른 서점과 비교해보니 저희는 시집 매출이 그나마 높은 편이더라고요. 손님이 봤으면 하는 책을 잘 보이는 데 진열하고 사가고 그러면 그런 책을 만드는 출판사도 유지되는 거잖아요.” 장수현 불광문고 실장이 말했다.불광문고가 문을 닫은 것은 건물주와의 임대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서점이 문을 닫은 데엔 온라인·대형 서점의 영역 확장과 도서 유통회사들의 동네서점에 대한 ‘가격 차별’ 등이 그 이면에 있다.‘어떻게든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책을 판매해 얻은 이익으로는 임대료·인건비 감당이 버거운 날들이 오래 지속됐습니다. 2020년에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여러 명의 동료들도 일터를 떠나야 했습니다. 슬펐습니다. 도서유통시장은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습니다. 오프라인 지역 서점은 온라인 서점에 비해 비싸게 책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런 기형적인 유통구조로 인해 ‘책을 비싸게 파는 도둑놈’ 소리를 일상적으로 들어야 했습니다. 불광문고 직원 일동’임직원들 “규모 줄여서라도 다시 열겠다”
장 실장은 “규모를 줄여서라도 불광문고의 명맥을 이어가려고” 한다. 9월 첫 정리해고를 한 뒤에 남은 직원은 8명이다. “책만 20년 동안 팔던 사람들이 할 일이 달리 뭐가 있겠어요. (서점을 이전할 장소는) 되도록 은평구로 알아보고 있는데, 임대료와 권리금 같은 비용 문제가 크더라고요. 다들 너무 지쳐 있어서 일단은 좀 쉬려고 합니다.” 도서 유통회사들은 앞으로도 만만하고 영세한 동네서점엔 책값 바가지를 씌울 것이다. 동네서점은 인터넷서점보다 더 비싸게 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동네서점에는 ‘책을 판다’는 보람 하나만 간신히 남아 있다. 불광문고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서울=글·사진 김양진 <한겨레> 기자 ky0295@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