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좋은 프랑스 언론사주
등록 : 2002-05-02 00:00 수정 :
세계 제2위 언론기업인 프랑스 비방디유니버설의
장 마리 메시에 회장이 ‘프랑스의 문화보호’와 ‘미국식 시장경제 도입’이라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다. 메시에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의 ‘문화예외’ 원칙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선언해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다. 프랑스의 문화예외 원칙은 프랑스의 문화보호를 위해 시장개방과 자유경쟁 대상에서 문화를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 메시에 회장은 이를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해온 반면,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그가 프랑스 문화를 할리우드화하려 한다며 반발해왔다.
그는 지난 4월17일 자회사인 영화전문 유선방송 카날플뤼스의 피에르 레스퀴르 사장을 대규모 적자 책임을 물어 해임 조처했다. 카날플뤼스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관련법에 따라 국내외에서 제작된 영화의 첫 방영권을 갖는 대신 방송 수입의 일정부분을 영화제작비로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카날플뤼스는 프랑스 영화산업의 최대 재정지원자로서 프랑스식 문화보호 장치의 상징처럼 인식돼왔다. 이번 조처에 대해 메시에 회장은 “기업경영자에게 경영난의 책임을 묻는 일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과 언론은 그의 태도를 프랑스 문화보호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레스퀴르 사장은 메시에 회장이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불과 10분 전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해임을 통보했다면서 이로 인해 카날플뤼스의 17년간에 걸친 편집권 독립과 자유가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카날플뤼스 직원들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어 24일 주총에서는 일부 주주와 직원들이 메시에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레스퀴르 사장 해임안 건은 주주의 55.4%가 찬성표를 던졌으나 기권이 44.5%에 달했다. 메시에 회장은 앞으로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프랑스식 문화보호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되고 있다.
박종생 기자/ 한겨레 국제부
j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