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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수명 연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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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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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살이 넘어서 양로원에 들어간 사람이 바로 그곳에서 90살의 아버지, 120살의 할아버지, 150살의 증조부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곳에서는 어른 행세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처럼 할아버지들 앞에서 어리광을 피울 수도 없는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같은 상상이 이제는 더이상 SF영화의 시나리오가 아닐 것이라는 징후는 최근 여러 분야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명 연장의 진실은 ‘노년기 연장’

최근 우리는 어쩌면 눈앞의 민생 현안 때문에 세상의 어떤 큰 변화가 우리 사회에 끼칠 영향과 그 대비책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달 전에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 거의 모든 관심과 토론은 그 프로젝트의 기술적 성과, 상업적 효과, 윤리적 대가, 그리고 연구 방향의 차원에서 이른바 ‘포스트 게놈’의 문제에 집중돼 왔다. 반면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차원에서의 영향과 우리 일상생활에서의 변화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관찰하고 연구하며 토론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7월10일 통계청이 한국도 올해 처음으로 65살 이상 노령 인구가 총인구의 7%를 넘어 이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발표를 했을 때에도,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게놈 연구의 파급 효과와 연관될 것인지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이 점에서 선진국은 훨씬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7월2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3차에 걸쳐 G8 정상회담이 열린다. 제2차 정상회담은 ‘마음의 안녕’이란 주제로 사회분야를 다룬다. 회담의 의제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인간게놈’과 ‘고령화’ 문제다. 이는 지난 1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수명이 괄목할 만큼 연장되어 왔고, 이제는 ‘유전체 혁명’이 단순히 의술 개발이란 차원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그 연장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인간 수명은 연장되고 있는 건가? 이런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은 수명 연장의 신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명 연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노년기의 연장’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25살 전후로 이미 체세포의 쇠퇴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밀히 말해 25살을 정점으로 성장의 상향선은 멈추고 노화의 하향선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이 노화의 하향선을 계속 완만하게 연장해 온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2025년쯤 되면, 개인별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 훼손된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이식하는 기술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150살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150살까지 20대의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유전체 연구가 ‘불로장생’과 ‘무병장수’를 모두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구가 잘 진행돼간다 해도 그 중 반쪽만을 보장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장생과 장수는 보장하지만, 무병(無病)과 불로(不老)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오늘날 수명 연장의 진실은 노년기를 끊임없이 연장하는 데 있다.

노년기 연장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좀 그로테스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은 넓게 보아 25살 이후의 모든 연령층을 고려의 대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생물학적 쇠퇴 연령의 관점에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다른 이유도 얼마든지 있다. 앞으로 각종 전자 문명이기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과 질병은 젊은 연령층에서 확실한 현실로 등장할 것이다. 또한 질병 치료의 능력이 발전하는 만큼 질병을 발견하는 능력도 커지는 법이다. 따라서 크고 작은 질병의 다양화를 배제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는, 취업 기대 연령의 하향화와 창의력 개발에 의한 조기 사회진출로, 젊은 나이에도 이른바 기성세대로 몰리는 현상을 예측해볼 수 있다. 즉 ‘준(準)노인’이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노인 사회’를 준비하자

앞으로 노인이라는 사실이 별난 것이 아니라, 젊은이라는 사실이 별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노인 문제를 ‘특별한’ 것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점 더 폭넓은 연령층을 포함하게 되는 노년기의 인구를 단지 ‘문제’로서 여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과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따라서 젊은 세대 위주의 사회의식과 취업관도 바꿀 필요가 있다. 숫자 대비상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제대로 부양할 수 있는 사회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만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용석/ 전 로마그레고리안대 교수·철학

uchronia@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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