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쿠데타에 그가 빠지랴!
등록 : 2002-04-24 00:00 수정 :
오토 라이크(57) 미국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려 한 쿠데타에 개입한 미국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1980년대 중남미의 좌파 정권을 전복하는 데 앞장선 터라 그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라이크는 베네수엘라 쿠데타 때 27시간 동안 대통령직을 맡은 페드로 카르모나 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접촉한 인물로 자신을 거론하자 찰스 샤피로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한테 접촉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쿠데타 실패 뒤에도 그는 “우리가 취한 행동을 며칠 동안 곰곰이 되새겼으나 그와 다르게 행동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라이크는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악명이 높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무부 선전국장이던 그는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란에 무기를 몰래 판 돈으로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추문의 장본인이다. 반군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여론 조작을 일삼았고, 친반군계 인사들이 신문에 의견을 실을 수 있도록 기사를 준비해주기도 했다. 80년대 후반에는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를 지냈고, 그 뒤 ‘모빌 오일’ 등 석유회사와 베네수엘라에 이해관계가 있는 많은 기업을 위해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쿠바에서 태어나 10대 때 쿠바를 탈출한 라이크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을 특히 싫어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카스트로 대통령, 그리고 그와 친밀한 관계인 차베스 대통령은 매우 위험하다는 자신의 견해에 대해 라이크 차관보는 단 한치의 양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40여년간 계속 되고 있는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 따라서 대통령선거 때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쿠바 탈출자들도 그가 중남미 담당 차관보로 임명되자 환호를 보냈다. 바로 이런 전력 때문에 라이크는 미국 의회에서 1년 가까이 인준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올 1월 의회 휴회기간에 행정특권을 발동해 그를 차관보에 임명했다.
황상철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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