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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헬조선’과 ‘난민 거부’의 상관관계는?

유엔난민기구 70주년 설문조사, 정확한 정보·자긍심·경제적 안정감이 난민 수용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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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12-11 23:28 수정 : 2020-12-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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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가 2020년 12월14일 유엔난민기구 창설 70주년을 앞두고 우리나라 성인남녀 101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난민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난민 수용 태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가 대거 입국한 지 2년, 난민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은 미미하게나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 가입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시민의식이 높을수록 난민을 포용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점이 주목된다.

난민 수용 찬성 24%→33%
유엔난민기구의 ‘한국인의 난민 인식 보고서’를 보면, 난민 수용 찬반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33%가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답변은 53%였다. 앞서 2018년 ‘예멘 난민 사태’ 때 여론조사 결과가 찬성 24%-반대 56%였던 것과 비교하면, ‘난민 수용’ 의견은 9%포인트나 늘었고 ‘반대’ 의견은 소폭(3%포인트) 줄었다.

난민 수용에 대한 태도는 여성, 20~30대, 보수층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성별, 연령별, 사회·정치적 가치관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64%) △범죄 등 사회문제 우려(57%) △가짜 난민(49%) △문화·종교적 이질감(46%)을 꼽았다. 또 반대 응답자 4명 중 1명은 ‘난민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봤다. 난민이 ‘경제’와 ‘치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젊은층과 여성이 난민 수용에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이유를 잘 보여준다. 반대 이유 대부분을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에 대한 오해와 가짜뉴스의 영향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2018년 당시 소셜미디어로 널리 퍼졌던 ‘예멘 난민 1인당 세금 138만원 지급’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에 들어온 난민 신청자들은 짧아도 6개월가량 걸리는 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자비로 숙식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른 생계지원비를 신청할 수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이는 소수에 그친다.

난민 신청자들이 취업을 노린 불법체류자라는 ‘가짜 난민설’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11년 중동 지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아랍의 봄’(민중의 민주화 요구 시위)은 대부분 비극으로 끝났다. 시리아·예멘 등에서 벌어진 내전은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촉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난민 신청자가 급증한 이유다. 그러나 한국은 난민 지위 심사가 까다롭고 인정률도 매우 낮다. 법무부 <2019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접수된 난민 신청은 1만5451건이었다. 심사가 완료된 5598건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신청자는 79명뿐이었다. 인도적 체류 허가도 232건에 그쳤다. 난민 인정률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꼴찌에서 세 번째다. 외국인이 취업이나 이주 정착을 위한 수단으로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불법취업 난민’설 믿으면 “난민 반대”
게다가 경제적 이유로 외국을 찾는 이는 애초에 난민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1951년 유엔이 채택한 난민협약은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요건을 ①인종 ②종교 ③국적 ④정치적 의견 ⑤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박해받거나 그럴 위험이 있어 국경을 넘어 피신했으며,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국민 또는 무국적자로 엄격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난민 또는 이주자들의 범죄 우려도 근거가 미약하거나 부풀려졌다. 경찰청의 ‘2019년 범죄통계’를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 범죄율은 1.28%로 내국인 범죄율(3.04%)보다 훨씬 낮다. 범죄 유형도 단순 폭력과 교통범죄가 태반이고, 살인·강도·성폭행 등 강력범죄율은 0.04%다. 특히 거주 이전과 행동에 제약이 따르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난민만 떼어놓고 보면 그 수치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물론 단 한 건의 범죄도 누군가에겐 심각한 위협이나 손해가 될 수 있으므로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난민(신청자)에게 ‘잠재적 범죄자’ 딱지를 붙이는 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세계 인구 100명 중 1명이 난민
난민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여부는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의견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예멘 출신자를 ‘전쟁 난민’이라고 본 응답자는 50%로, 2018년 조사(40%) 때보다 많이 늘었다. 그들이 ‘불법취업 난민’이라고 본 응답은 33%로, 2년 전보다 약간 줄었다. 특히 ‘예멘 난민=전쟁 난민’이라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7%)이 일반적 난민 수용에 긍정적이었다. 반면 ‘불법취업’을 의심한 응답자 가운데 난민 수용 반대 의견이 91%로 압도적이었으며 찬성은 5%에 그쳤다.

“한국이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재난국가의 국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에는 3명 중 2명꼴로 동의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보다 2배나 많았다. “나는 세계시민으로서 지구 공동의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동의’가 많았다.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와 한국인이란 자부심이 클수록 난민에 포용적 시각을 보인 것도 눈길을 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는 희망이 없는 ‘헬조선’이다”라는 문항에 동의한 응답자 중에선 난민 수용 ‘찬성’(23%)보다 ‘반대’가 2.7배나 많았다. 곤궁한 처지의 타자에 대한 관심과 환대 여부는 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뿐 아니라 수용자의 심리적·경제적 안정감과 직결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엔난민기구의 <연례 글로벌 동향보고서 2020>을 보면, 2019년 말 기준 세계에는 전쟁·폭력·빈곤·기아 등 재난 사태로 삶터에서 내몰린 강제이주민이 7950만 명에 이른다. 그중 자기 나라 밖에서 피난처를 찾는 난민이 4570만 명이나 된다. 세계 인구 100명 중 1명은 난민이다. 다른 나라에서 난민 지위 심사를 기다리는 신청자는 약 420만 명, 그중 한국에 온 난민 신청자는 1만5천여 명(0.36%)이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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