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먹고 인심 즐기고
등록 : 2002-04-24 00:00 수정 :
서울 인사동 해정병원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항아리수제비집 ‘두레멍석’은 원조라는 수사가 무색하지 않다. 인사동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터줏대감
김완길(51)·
최성희(46) 부부가 10년째 한자리에서 문을 열고 있는 이 식당은 관광객이 많은 동네임에도 뜨내기보다는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밤에 가게 문을 닫기 전 밀가루 반죽을 해놓고,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서 밀어낸다. 쫀득쫀득한 맛의 비결은 바로 이 ‘하룻밤 숙성’이다. 하지만 한번 온 사람이 다시 이 집을 찾는 더 큰 비결은 국물맛. 큰 솥에 온갖 해물(무엇인지는 ‘영업비밀’이다)을 넣고 푹 우려낸 물에 온갖 양념(인공조미료는 넣지 않는다)으로 국물맛을 낸다. 들어가는 천연재료만도 20여 가지. 연중무휴로 장사하며 세 아이 키우느라 정신 없지만, 이들 부부는 인사동 주민들의 민원창구 역할까지 해낸다. 길 닦고 건물 들어서는 공사에서부터 이웃 사이의 금전문제까지 오지랖 넓게 챙기고 간섭해 문제를 해결해주곤 한다. 그리하여 붙은 별명은 김완길씨에 따르면 “촌스럽지만” ‘정의파 부부’.
부부의 오지랖은 음식장사에도 빠질 턱이 없다. 식구들이 머리 맞대고 양은냄비에 끓여먹던 수제비 맛을 잊지 못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어르신들이나 멀리서 수학여행차 인사동을 찾은 “먹고 돌아서면 또 배고픈” 청소년들에게는 한 항아리로 두세명은 넉넉하게 먹을 만큼 담아내준다. 흥이 나면 김치전·감자전·해물파전까지 두툼하게 부쳐낸다. 수제비 좋아하는 연인을 따라왔으나 끼니는 꼭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자신있게 ‘전주식 양푼 비빔밥’을 권한다.
“관광지일수록 음식맛이 박하다고들 하는데, ‘진짜’ ‘왕 원조’ 등의 이름을 내걸기보다는 푸근한 인심과 손맛을 담아내는 ‘원조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인사동이 외양이 근사해질수록 내실이 약해진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죠? 우리 가게 영업원칙은 그래서 이거예요. ‘우리라도 잘하자!’ 덕분에 놀러왔다 수제비 한 그릇 먹고 간 분이 다음에 꼭 가족들, 친구들 데리고 또 찾아주시죠. 그 맛에 하루도 문을 못 닫겠어요.”
틈만 나면 동네 민원 해결하느라 뛰어다니는 남편을 대신해 주방장에서 사장님 노릇까지 일인다역을 해내야 하는 안주인 최성희씨의 말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