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된 진주 보라매
등록 : 2000-09-20 00:00 수정 :
“혜선이는 피를 나눈 저희들의 동생입니다. 끝까지 혜선이를 지키겠습니다”
생후 14개월 된 혜선이를 살리기 위해 공군 장병들이 나섰다. 지난 5월, 뇌종양으로 쓰러진 혜선이는 너무 어려서 수술조차 받을 수 없었다.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지독한 방사선 치료가 이어지자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갔다. 혈소판을 수혈해줄 사람이 급히 필요했지만 막막하기만 했다. 혜선이 아버지 강아무개(35)씨는 지역신문에 난 공군 교육사령부 장병들의 헌혈운동 기사를 보고 급히 도움을 청했다.
이 소식을 들은 공군 교육사령부는 혜선이와 혈액형이 같은 장병 20명을 긴급 수소문해 혜선이가 입원한 진주 경상대 부속병원으로 급파했다. 혈액반응 검사 결과 다행해 적합한 혈소판을 가진 사람이 6명이 있었고, 급히 혈소판을 공급해 위독한 혜선이를 살릴 수 있었다. 그저 넋놓고 딸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혜선이의 부모는 “여러분이 생명의 은인”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혜선이에게 혈소판을 제공한 이들 6명을 주변에서는 “독수리 6형제”라 부른다. 혜선이의 생명이 위독할 때마다 달려가 살려내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다. 혈소판 제공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필요한 혈소판을 뽑아낸 뒤 남은 혈액을 다시 헌혈한 사람에게 주입시켜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2시간 정도 걸리는 것이 보통.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지만 이들 독수리 6형제는 5월부터 혜선이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달려가 혈소판을 공급해 오고 있다.
수혈에 참여한 홍준표(22) 병장은 “수혈하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하루종일 병상에 누워 있는 혜선이를 볼 때마다 더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미안하기만 하다”고 오히려 안타까워했다. 독수리 6형제의 활약 덕분일까. 한때 위태로운 상황까지 갔던 혜선이의 건강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 혜선이의 완쾌라는 임무가 완수되는 그날까지 독수리 6형제의 긴급출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