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서 달리고 싶어요”
등록 : 2002-04-17 00:00 수정 :
한강 자전거 대여소에도 봄이 찾아왔다. 겨우내 덮여 있던 파란 천막을 걷어내고 봄바람을 가르며 한강변을 질주하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한강에는 망원, 이촌, 뚝섬, 양화, 반포, 잠원 등 지구별로 11곳의 자전거 대여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나는 오는 6월 말에는 월드컵 공원에도 대여소가 들어서 한강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에 진입하게 된다. 겸용도로도 행주대교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평일에는 대여자가 거의 없지만 주말에는 대기를 해야 빌릴 수 있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빌리려면 한 시간에 1인용 5천원, 2인용 5천원, 아동용 2천원을 내야 한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는 한강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서울에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풀들과 곳곳에 피어나는 봄꽃을 즐길 만한 공간은 그리 흔치 않다. 요즘에는 가족 나들이를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강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집과 회사가 한강에서 멀리 떨어져서는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 한강 둔치 진입로까지 오면서 신호등에 막히기 일쑤이고, 질주하는 차들을 피하는 것은 곡예사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을 지병으로 달고 살아야 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한강 둔치에 진입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뚝섬지구로 들어왔다면 나갈 수 있는 곳은 적어도 반포대교까지 와야 한다. 그 다음이 이촌지구이고 마포 쪽으로 나오려면 마포대교 북단에서 양화대교 쪽으로 200여m 와서 마포육갑문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육교를 이용해 잠실대교, 한남대교, 동작대교, 원효대교, 성산대교 등을 건널 수 있지만 차도를 건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오는 11월 자전거 전용로가 있는 광진교가 완공되어야만 강남북이 안전하게 연결된다. 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는 부족한 출입구를 늘리기 위해 서강대교 북단과 성수대교 북단 등 14곳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진입로 설계에 들어갔다. 한강 둔치 출입로가 확충되고 안전한 강남북 연결로가 조성되면 한강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로 출퇴근하는 데 따르던 불편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해가 지면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는 어둠에 묻히고 만다. 마포대교에서 한강대교까지만 ‘공원등’이 조성되어 있을 뿐이다. 올해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고 내년에 전 구간 ‘아스콘’ 포장을 실시하는 가운데 공원등 설치도 검토할 예정이다. 성수대교 부근을 비롯해 공사가 이뤄지는 곳곳이 걸림돌 구실을 한다. 편의시설도 이촌, 뚝섬 등 특정 지구에나 조성되어 있을 뿐이다. 이촌에서 뚝섬지구까지는 10km 구간은 잠시 앉아 있을 만한 시설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도로는 애초 분류하수관로로 포장공사가 이뤄진 곳으로 지난해에 겸용도로로 지정됐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이 세면대나 화장실이 적어도 몇곳 조성해야 할 것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