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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부산상고에 노풍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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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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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동창회 차원의 노무현 지원 예고… 한나라당 지지에서 동문 지지로 이동 가속화

사진/ "노무현을 확실히 띄우련다." 재경 부산상고 동문회는 지난 3월 25일 임시 이사회를열어 노고문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무현 민주당 고문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면서 그의 모교인 부산상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고, 경남고, 동래고와 함께 부산의 4대 명문에 속하는 만큼 그 인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산상고 출신들은 특히 금융권에 많이 포진해 있다. 대기업에도 황두열·이학수·정종순·박득표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문경영인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상고답게 경제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노 고문 후원회장이 동창회장으로 뽑혀

부산상고 총동창회는 4월10일 정기총회를 열고 노무현 고문의 후원회장인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을 회장으로 선출한다. 그동안 한나라당과 노무현 고문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던 동창회가 노 고문 지원사격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신상우 전 부의장은 부산상고 43회 졸업으로 53회 졸업인 노 고문의 10년 선배다. 그는 누구보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물이다. 동창회 관계자는 “일단 민주당 경선에서 노 고문을 지원하기 위해 기수별로 그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조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재경부산상고동창회는 이미 지난 3월25일 서울 빅토리아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노 고문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정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은 신상우 전 부의장과 이기택 전 민국당 공동대표다. 이들은 43회 동기로 비슷한 시기에 정치적 역정을 거쳐온 정치인들이다. 현역의원 가운데는 권태망 한나라당 의원(부산 연제구)이 59회 졸업생이다. 이회창의 핵심 측근인 정재문 한나라당 의원의 부친인 정해영 전 국회부의장도 부산상고(21회)를 졸업했다. 정재문 의원은 이회창 캠프에서 대외정책과 외교를 전담하는 핵심 브레인 가운데 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상고재경동창회장인 이양한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48회 졸업이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당에 개의치 않고 노무현 지원에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상고의 특성상 정부 관료 가운데는 인물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눈에 띄는 사람은 김병호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고시 12회로 총무처, 행정자치부, 총리실을 거친 정통 행정관료라고 할 수 있다. 노 고문과 53회 동기동창이어서 절친한 사이며, 개인적으로도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총리실 총괄조정관을 지내다 지난해 4월 중앙공무원교육원장에 임명됐다.

부산상고 출신은 오히려 재계에 많이 포진해 있다. 신상우 신임 회장에게 총동창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대창단조 박안식 회장이 45회며, 두원그룹 김찬두 회장은 39회 졸업생이다. 대창단조는 자산 1천억원 규모의 상장기업으로 중장비용 레일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두원그룹 역시 두원중공업, 두원정공, (주)두원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원그룹 김찬두 회장은 신한국당 소속으로 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전문경영인 가운데서는 재계의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우선 황두열 SK(주) 부회장과 정종순 KCC금강고려화학 부회장이 49회 동기다. 황두열 부회장은 SK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 가운데 한명으로 석유화학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원로 경영인이다. 김창근 SK 구조조정본부장과 함께 SK(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종순 부회장은 금강 출신으로 금강과 고려화학 합병 이후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오다가 지난 2월 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사장 역시 부산상고 출신으로 52회 졸업이다. 제일모직 출신 재무통으로 삼성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97년부터 6년째 구조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다. 포항제철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박득표 회장도 부산상고 43회 출신이다. 박 회장은 포철 사장을 거친 뒤 지난 98년부터 포스코건설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체조협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부산상고 출신으로는 또 오용한 롯데월드 사장이 있다. 45회 졸업으로 지난 99년부터 롯데월드 사장을 맡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잇단 히트상품을 내놓아 전문경영인으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68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 금융계 인사들 영향력 발휘

금융권에도 곳곳에 부산상고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은행 이성태 부총재보와 증권거래소 옥치장 감사는 51회 동기로 노 고문의 2년 선배다. 금융감독원의 김대평 비은행검사국장 역시 부산상고 출신이다. 이 밖에 삼성생명 사장 출신인 안시환 삼정회계법인 부회장(45회)이 있다. 시중은행에는 김옥평 한미은행 부행장(54회)과 이수희 서울은행 상무(55회)가 있으며, 김지완 부국증권 사장(51회)도 부산상고 출신이다. 부산상고 출신들은 또 부산·경남 지역경제에서 일정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핵심 간부들은 거의 대부분 부산상고 출신이어서 이들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경제계 인사들은 자신들의 위치 때문에 노 고문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초 동창회 활동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함부로 나섰다가 다른 쪽으로부터 언제 미운털이 박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몇몇 재계 인사들은 자신이 부산상고 출신이라는 것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관심을 끄는 인물로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46회)와 삼성라이온즈 김응룡 감독(47회)이 있다. 신영복 교수는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88년 가석방됐으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으로 일반인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반도재단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최근 김근태 민주당 고문 진영을 도왔다. 코주부 만화로 유명한 원로 시사만화가 이원수 화백도 부산상고 출신이다.

현직에서 은퇴한 사람 가운데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물들이 많다. 작고한 작곡가 금수현씨(24회)를 비롯해 고태진 전 조흥은행장(26회), 김학렬 전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28회), 김종호 전 건설부 장관(30회), 조시형 전 농림부 장관(33회), 최연종 전 한은 부총재(43회), 강경식 전 국회의원(46회) 등이 있다.

무차별 이념공세에 동문 결속력 강화

부산상고는 노 고문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초기에 노 고문을 지지하는 쪽과 한나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 고문 지지 쪽으로 대세가 기우는 분위기다. 어찌 됐든 자기 학교 출신 사람을 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서가 먹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인제 민주당 고문의 이념 공세가 가속화하면서 노 고문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내부에 형성되고 있다. 한 원로 동창회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층이 많아 비협조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최근 이인제 고문의 색깔론 공세와 인신공격성 발언이 잇따르면서 동창회 내부의 결속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산상고 동창회는 울산·경남뿐 아니라 대구·경북 경선에서도 노 고문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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