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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랑해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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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9-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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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청년. 오는 9월10일 50회로 종영되는 KBS2 TV 주말드라마 <꼭지>(연출 이건준)에서 8살 연상의 ‘아줌마’ 상란(박지영)을 열렬히 사모하는 명태 역을 연기했던 탤런트 원빈(23)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97년 드라마 <프로포즈>로 데뷔한 이래 청량한 얼굴과 촉촉한 눈빛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온 원씨는 <꼭지>를 계기로 잘생긴 외모의 빚에서 벗어나게 됐다. 사고뭉치 늙은 고등학생 역을 연기할 때부터 심상찮은 기미를 보이다 드라마가 중반 이후로 치달으면서 ‘연기력’에서 호평받기 시작한 것. “그동안에는 중·고등학생 팬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나이든 분들, 특히 여성분들의 격려가 이메일로 많이 들어와요.” 원씨는 <꼭지>가 방영되는 동안 겹치기 출연을 자제하고 이 배역에만 몰두했다.

평택 방앗간집 세째 아들이라는 서민적인 역할이 맘에 들어 감독을 졸라 명태 역을 얻게 된 원씨는 실재 성격도 의리있고 정 많은 명태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상란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애태우는 장면을 찍고 나면 촬영이 끝나고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고 한다. 다른 프로의 출연도 거절하고 시간이 날 때면 가능한한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를 보면서 지냈다. “이제는 명태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요. 배우라면 캐릭터를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때론 만들어진 역할에 자신을 맞춰야 할 때도 많지 않습니까.” 용인대 연극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원씨는 액션이든 멜로든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명태와 상란의 애달픈 사랑은 끝까지 암시와 복선에 머물 모양이다. 이 둘을 맺어지게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유부녀와 청년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게 기존의 정서상 만만찮은 문제라서 제작진도 많이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원씨는 오는 10월에 시작하는 KBS2 TV 미니시리즈 <가을동화>(연출 윤석호)에서는 호텔재벌의 아들로 ‘신분상승’을 한다. 그러나 <꼭지>의 마지막 촬영이 끝날 때까지 새 배역에 대한 궁리는 접어두고 있다. 그는 “호흡을 한참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며 특유의 미소를 띄운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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