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 하나원에서 북한이탈여성들이 교육받기 위해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2009년 7월8일 개원 10주년을 맞아 통일부가 하나원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2017년 5월3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대운동장에서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하는 ‘남북어울림한마당 통일한마음축전’을 열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전수미 변호사(맨 왼쪽)와 김종대 정의당 전 의원이 2019년 12월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군정보사령부 현역 군간부들의 북한이탈여성 성착취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왜 군검찰에서 성범죄 수사를
가해자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고 피해자 보호 조처도 받지 못한 북한이탈주민 한서은(가명)씨는 왜 군검찰에서 성폭력 피해 수사를 받아야 했을까. 범죄 가해자가 군인·군무원이면 피해자가 민간인이라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현행 군사법 제도 탓이다. 군형사사건 중 80% 이상은 교통·폭력·성범죄 등이지만, 군사기밀보호법·국가보안법·군형법 위반 등 ‘순정 군사범’의 비율은 10%대에 그친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 보고서) 이렇게 군의 특수성과 관련 없는 다수의 형사사건을 오직 가해자의 신분이 군인·군무원이라는 이유로 군검찰에서 수사하고 군사법원에서 재판한다. 심지어 군인·군무원 신분이 되기 전에 저지른 범죄라도 군 입대 등으로 신분이 바뀌면 군사법원으로 넘어간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당할 수 있는 인권침해나 불편함은 고려되지 않는 불합리한 구조다. 군검찰 내부 문제도 계속 지적됐다. 군검사와 군법관은 대부분 3년간 의무 복무를 하는 단기 법무관으로 구성됐기에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 2020년에 임관된 장기 법무관(10년 이상 근무)은 22명, 단기 법무관은 88명이다. 장기 군법무관으로 근무했던 이용호 변호사의 설명이다. “장기 법무관의 경우 군사법 업무뿐만 아니라 행정, 기획 등의 보직으로 순환 근무한다. 진급할 때도 정책부서에 근무한 경험이 유리하다. 한 사단에 군검사가 1명뿐이다. (군법무관인) 사단 법무 참모는 (수사를 맡지 않아) 군검사를 교육하거나 지시할 수 없다. 경험 많은 수사관이 돕지만 군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할 위치에 있다.” 여성 장기 군법무관의 수가 늘어나는데도 성범죄 전담 부서를 따로 두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임관한 장기 군법무관은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다. 2019년 장기 군법무관 임관자 23명 가운데 여성이 절반이 넘는 13명이었고, 2018년에는 12명(임관 22명), 2017년에는 15명(임관 21명)이었다.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2014년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때 대한변호사협회가 개최한 ‘군 사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최강욱 당시 변호사는 ‘군사법 제도 법률의 폐지’라는 주제발표에 나섰다. “군사법원 운용은 사법권 독립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본적으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군사법원의 설치는 해외 파병이나 국외에서의 전쟁 수행이 상시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 비춰보면 군 수뇌부의 특권을 인정하는 것 외에 어떠한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 또 군인과 민간인이 공범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나 피고인이 재판 진행 중에 전역하면 관할법원이 달라져 재판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더구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민간법원과 군사법원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 1월 국회입법조사처는 군사법원을 폐지·축소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군 사법제도 개선 논의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헌법은 일반 국민이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할 뿐, 군인과 군무원의 모든 범죄가 언제나 군사재판 대상인 것은 아니다. 군사법원 제도를 폐지하거나 1심만 유지하도록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결국 국방부는 5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군사재판 1심 선고에 불복할 경우 서울고등법원이 항소심을 맡도록 하는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군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군검찰부가 설치된 부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