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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글감옥’ 나오면 산책과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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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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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건강 만들기ㅣ소설가 조정래

사진/ (임종진)
소설 <한강>을 끝내자마자 탈장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가야 했다. 석달 전의 일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연달아 대하소설 세편을 쓰느라고 너무 오래 앉아 있다보니 생긴 병이었다. 수술을 받기 전에 피 검사부터 시작해서 종합적인 건강상태 조사가 있었다. 그 결과는 모든 것이 이상 없이 정상이었다. 기본건강이 탈없이 양호한데 복부 한 부분을 찢어야 한다는 것이 왠지 아깝고 아쉬웠다. 그러나 몸을 너무 혹사시켜 생긴 ‘직업병’이니 탈 난 부위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20년 동안 ‘글감옥’에다 몰아넣고 줄기차게 중노동을 시켰음에도 다른 데가 더 이상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수술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의사도 그런 양호한 건강상태에 짐짓 다행스러워하고 놀라는 눈치였다.

휴식이라고는 거의 없이 긴 세월 동안 글을 써오면서 그처럼 기본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사실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나는 규칙적인 운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목적을 향한 정신력이었다.

글쓰기가 반복되는 일과에 규칙적인 운동을 삽입하기 시작한 것은 <태백산맥>을 3분의 2쯤 썼을 무렵이었다. 그 즈음에 누적되고 누적된 피로는 등이 짝짝 갈라지거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맞바람이 통하는 것 같은 통증으로 나타났다. 그 통증은 너무 심해 잠을 자기가 어려웠고, 아침에 잠이 깨도 가시지 않았다. 손수 등을 두드려도 소용없고, 아내가 안마를 해주어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의사는 과로하지 말라고 할 뿐이었고, 궁리궁리하다가 찾아낸 것이 규칙적인 운동 시도였다. 아침 일찍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속보로 걷고, 맨손체조하기. 그것을 일주일쯤 계속하자 통증은 서서히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 신묘한 효과에 산책을 오후에도 추가하고, 맨손체조도 1일 3회로 늘렸다. 그랬더니 그 고통스럽던 통증은 말끔히 가셨다. 그 놀라운 효과에 1일 2회 산책, 3회 맨손체조, 1주일에 1회 등산을 거른 적이 없었다. 그 줄기찬 운동이 <아리랑>을 거쳐 <한강>까지 무사하게 쓰도록 몸을 지탱해 주었다.

그 외에 건강 유지법은 채식 위주의 반찬을 고루 먹고,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소식을 한다. 글쓰는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 아까워 술을 멀리한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건강은 곧 천하라고 할 만큼 소중하다. 황혼의 문학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그 운동은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단안을 내렸다. <한강>을 끝내는 날로 40년 동안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글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손자 곁에 머무는 날을 좀더 늘리고 싶은 할아버지의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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