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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이것이 이간질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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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5-15 16:11 수정 : 2020-05-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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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로 논란이다. 언론은 모든 문제를 뒤섞어서 보도하지만 진실에 다가서려면 쟁점을 잘 나눠봐야 한다.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지출과 관련해선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는 피해자들을 위한 직접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의기억연대는 피해자를 위한 구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실질적인 해결을 모색하자는 취지의 단체다. 따라서 피해자 직접 지원에 쓰인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로만 판단할 것은 아니다. 둘째는 기부금 지출이 합법적으로 됐느냐는 의문이다. 당국에 보고한 회계가 공시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더 엄밀한 회계처리에 힘써야 한다. 하지만 이걸 횡령이나 개인적 착복의 증거라고 볼 수는 없다.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10억엔’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당시 정부가 일본 정부의 일부 책임 인정, 일본 총리의 사죄, 한국 정부의 재단 설립과 일본 정부의 국고 거출이란 큰 틀은 사전에 공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까지는 일본의 책임 인정이라는 대목에서 진전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나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 비판 자제’, 소녀상 문제에 대한 언급 등은 당일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이러면 “우리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게 아니라 “사과도 하고 돈도 줬으니 이제 더는 말하지 마라”가 된다. 사람들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한 이유다.

그럼에도 이용수 할머니가 갖고 있는 의심이 있다면 그건 정의기억연대와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당선자(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가 해소해야 한다. 앞서 회계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 사업이 더 필요하다거나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야 한다. 이용수 할머니는 피해 당사자인 동시에 여성인권운동가다. 단체의 운영 방식이나 노선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궁극적으로 윤미향 당선자가 국회에 가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보수세력이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을 활용하는 방식은 고약하다. 보수언론은 윤미향 당선자를 포함한 활동가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기 정치’ 등 사익 추구를 위해 이용한 것처럼 보도한다. 이런 침소봉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치적 복권을 시도하겠다는 거다.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권이 ‘나름 괜찮은 성과’였던 당시 합의를 부정하고 사실상 뒤집은 것은 반일의식에 기댄 무리수였고, 강제동원 판결과 수출규제 사태도 이 연장선으로 본다. 하지만 앞에 썼듯 2015년 합의의 문제는 명확하다.

보수언론은 친일 반일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를 얼마나 잘 대변했느냐의 문제라고도 주장하는데, 결국 진보라는 사람들이 명분을 내세워 개인이 응당 받아야 할 대가를 가로채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활용한다는 주장의 재생산이다. 이 논리는 ‘공정성’이란 외피를 두르고 “명분은 애초에 믿을 게 못 된다”는 세계관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결론은 각자가 능력대로 알아서 살아남자는 건데, 이는 시장원리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보수정치의 고전적 패러다임과도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정치다. 보수세력이 지금 하는 일이 이간질이 아니라면, 2015년 합의 말고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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