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금연은 내게 맡겨라”
등록 : 2002-04-10 00:00 수정 :
흔히 금연은 의지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러나 담배끊기에 실패한 골초들을 보면 열에 여덟아홉은 준비없이 하루아침에 금연을 시도한 경우다. 갑자기 담배를 끊은 뒤에 나타나는 금단 증상을 못 견뎌 다시 담배에 손을 대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 혼자 힘으로 담배를 끊어보겠다고 달려들었다 실패하는 사례가 많아서일까? 올 초부터 불어닥친 금연열풍은 여느 때와 다른 한 가지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개인이 아닌 집단적인 ‘운동’차원에서 금연바람이 불고 있다. “다 함께 끊으면 그만큼 쉽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회사가 곧 금연학교 노릇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SDI 천안사업장도 그런 회사 가운데 하나다.
천안사업장을 ‘금연사업장’으로 만드는 데 발벗고 나선 사람은 직원 건강을 도맡고 있는
정효정(35·의사)씨. 학교 양호실처럼 회사에 딸린 의원 원장인 그는 지난해 9월 1차 금연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반 금연클리닉에서 성공할 확률이 대개 3∼5%라고 하는데, 당시 금연캠페인에서 10% 가까운 성공률을 거뒀습니다. 개인의 금연 욕구를 주변에서 도와주면 완전 금연사업장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죠.” 그래서 올 초 금연열풍을 타고 대대적인 2차 금연캠페인에 들어갔다.
먼저 회사 곳곳에 설치돼 있던 담배자판기와 흡연실을 모두 없앴다. 그리고 금연운동에 동참할 직원은 금연서약서를 써 공개적으로 금연선언을 하도록 했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끼리 서로 격려하거나 ‘나를 지켜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금연서약자 명단은 구내식당 출입구에 사진과 함께 내붙였다. 그리고 서약자마다 주변의 친한 동료 2명이 증인을 서게 했다. 흡연 감시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금연펀드제다. 금연을 서약하면 일단 5만원을 출연금으로 내야 한다. 그 뒤 석달간 금연에 성공하면 보상금으로 5만원을 얹어 10만원을 돌려주고, 실패할 경우 낸 출연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사내 방송을 통해 금연 성공담을 들려주기도 한다. 조용히 담배를 끊는 것보다 떠들썩하게 금연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게 흡연 유혹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흡연은 대개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금연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데는 의지부족도 있지만 금연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입니다. 옆에서 도와주면 그만큼 담배를 끊기 쉽죠.” 이 회사의 금연 서약자는 100여명으로 지금까지 9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