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4월 핀란드 헬싱키 국회의원 선거 포스터를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시민사회의 촘촘한 네트워크 대학 학생회는 어떨까? 나는 유학 기간에 수차례 학생회 선거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정당이나 선거연합별 후보 명부를 놓고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주요 전공별 학생협회가 별도의 후보 명부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원내외 정당들도 자신들의 공약과 정책을 내걸고 후보 명부를 제출한다. 그렇게 우선 학생 사회의 의회 격인 대표회의를 구성한 뒤 단체별 득표율을 반영해 연합 집행부를 구성한다. 현 총리인 산나 마린(사민당)도 2012~2013년 탐페레대학교 학생회 대표회의 의원을 했고, 2009년에는 같은 대학 콜레기움에서 학생 대표로도 활동했다. 세계 최고 조직률을 자랑하는 협동조합의 대의원 선거에도 비례대표 원리가 작동한다. 예컨대 헬싱키 지역의 대표적인 생활협동조합 HOK-엘란토(Elanto)는 4년마다 조합원 선거를 해서 25명의 대표회의를 구성한다. 2016년 선거에선 유권자 59만714명 중 15만3495명이 투표에 참여해 26%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는 역시 개방형 명부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며 사민당, 보수당, 중앙당, 녹색당, 좌파동맹 등 주요 정당들이 모두 후보를 낸다. 후보 가운데는 현역 국회의원도 즐비하다. 예컨대 사민당의 에르키 투오미오야 의원은 다선 국회의원으로 역대 최장수 외무장관을 했을 정도로 유력 정치인인데, 오랫동안 이 협동조합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시민사회 전반이 촘촘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수많은 협회와 단체의 대표 선출과 의사결정 방식이 비례대표제와 합의적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핀란드 시민사회와 생활 속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지켜보면서 나는 한국 사회가 지금 어떤 원리로 크고 작은 권력이 조직, 운영되는지 새삼 돌아본다. 민주화 이후 채택된 결선투표 없는 5년 단임 대통령제와 단순다수대표 소선거구제 중심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승자독식 원리에 기반한 다수결 민주주의를 줄곧 심화해왔다. 권력은 독점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발상은, 한국의 정치 엘리트에게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이야기다. 이는 비단 정치권과 중앙정부 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 대학, 교회, 학생회, 노조와 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 전반에서 우리는 다수결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은 독점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 최근 우리 사회도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발전 경로에 있어 비례대표제 등 정치제도가 미치는 심대한 영향에 대한 인식이 커짐으로써 선거제도 개혁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과정과 그 결과에서 승자독식 정치는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안정적 국정 운영과 코로나19 위기 극복, 불평등 해소 등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확인함과 동시에 대표성의 과잉-과소, 대결하는 진영정치 문제를 지닌 기존 선거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21대 국회 개원 이후 제도적 상상력을 더욱 가두는 방향으로 선거개혁이 논의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지금은 오히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비례대표와 권력 공유 원칙을 실천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