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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총리는 공짜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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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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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지난해 말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성탄절 개인휴가 비용을 이집트 정부가 계산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지난 1월 하원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블레어 총리 가족의 6일간 휴가기간 동안 카이로-샤름엘셰이크 왕복 항공요금과 두채의 정부 별장 사용료, 특별경비에 소요된 비용 등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레어 총리는 이집트 정부가 지불한 금액과 같은 액수를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이 지정한 현지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집트 방문 사실을 비밀에 붙이고 싶어했으나 성탄절 다음날 카이로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우연히 목격됐고, 블레어 총리 가족이 식사하는 사진이 찍혀 그곳 차이나가든호텔의 광고포스터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총리 부부 등 가족 6명과 유모와 장모, 수행원까지 동반한 규모로 볼 때 휴가비용은 최소한 5천파운드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가 이집트 정부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블레어 총리가 내야 할 세금는 수천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휴가비용 지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를 거부했으나 이로 인해 총리가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영국의 야당의원들은 “블레어 총리가 이집트 정부에 자신의 개인휴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총리실의 위신을 떨어뜨렸으며 중동정책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유모까지 간 대가족의 휴가비용이 물론 비싸겠지만 30만파운드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블레어 총리가 또다시 이웃나라에게서 휴가비용 접대를 받아야 했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블레어 총리는 1999년에도 이탈리아 중서부 투스카니 지방정부로부터 공짜 여름휴가를 제공받았다가 들통이 났으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방어린이병원에 3천파운드를 기부한 적이 있다. 당시 이탈리아 언론은 기부금이 휴가비용보다 훨씬 적었다고 보도했다.

김학준 기자/ 한겨레 국제부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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