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창문에 붙은 무지개와 앞집 무지개.
뉴스에서 들은 것이 생각났다.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집 앞에 나와서 NHS 의료진을 지지하는 박수를 치자고 한 것 같다. 이것도 누군가 제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제안이 번졌고, 나처럼 아날로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조차 텔레비전 뉴스로 전달됐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집들에서 사람들이 나와 박수를 치는데 마치 의사, 간호사, 응급요원, 앰뷸런스 기사 등 수많은 병원 근무자가 길 한가운데 서서 인사를 받는 것 같았다. 이웃 노인 안부 묻기 다음날 뉴스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이 박수갈채를 보도했다. 주택가뿐만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 소방서, 경찰서, 요양원, 심지어 해군 함정에서도 사람들은 8시 정각에 박수를 쳤다. 나는 잠깐 1987년 봄, 서울 종로 거리가 생각났다. “독재 타도”를 외치는 시위대를 위해, 차량은 오후 6시 동시에 경적을 울려주었다. 연대의 마음만 있으면 방법이야 얼마든 찾을 수 있다. NHS는 1948년부터 운영한 영국의 무상 공공의료 서비스다.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모두 NHS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년 예산이 1200억 파운드(약 184조원)가 넘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다. 그동안 영국의 공공산업이 대부분 민영화될 때도 NHS는 공공의료를 견지해왔다. 최근 10년 동안 보수당 정부로부터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번에 사람들은 NHS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제 NHS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질 게 틀림없다.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공공정책 없이 내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사람들은 매일 학습하고 있다. 편지함으로 인쇄한 종이 하나가 사르르 들어왔다. 우리 골목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보내는 옆집 아주머니의 편지다. 거기에는, 혹시 몸이 아프거나 연로해서 식료품을 사기 어려우면 대신 장을 봐줄 수 있으니 부탁하라고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 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만들었으니 원하면 들어오라고도 했다. 우리 골목 단체 대화방에 들어가니, 이미 스무 명쯤 모여 있었다. 사람들은 이참에 인사를 나누었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뭘 도와줄 수 있는지를 적었다. ‘나는 수학교사인데, 혹시 아이들 수학 공부와 관련해서 물어볼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이런 식이다. 거기에도, 이 골목에 혼자 사는 노인이 있는지,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는지, 서로 물었다. 뉴스에선 코로나19가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라는 소식을 계속 전하고 있다. 얼마 전 NHS가 전국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주요 활동은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장을 봐주고, 약을 배달하는 것이다. 50만 명이 목표였는데 하루 만에 신청자가 70만 명이 넘었다. 바이러스는 약자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본래 지닌 보살핌의 마음도 같이 불러냈다. 인간은 지금 의학과 함께 이 마음을 무기로 싸운다. 이 시간이 역사가 된다면 언젠가는 이 봉쇄가 풀리고 아이들은 학교로, 어른들은 일터로 돌아갈 거다. 그러면 세상은 ‘정상’으로 돌아가게 될까?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우리가 아는 이전 세계와는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새로운 정상’이 어떤 모습일지는 어렴풋하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우리가 이 과정을 어떻게 겪어나가는지에 따라 꽤 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가 GCSE(중등교육일반자격) 역사과목 시험 준비를 하면서 이런 질문에 에세이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중세시대에 흑사병은 어떻게 시작됐나,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믿었고 어떻게 행동했나, 흑사병 이후 유럽 사회는 어떻게 변했나?’ 언젠가 학생들은, 현대사회와 코로나19에 대해 같은 질문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 답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스트본(영국)=글·사진 이향규 <후아유>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