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숭인 사무실에서 김영미 변호사(왼쪽)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대표인 최초롱 변호사를 만났다.
김영미(이하 김)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이 2014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 물놀이시설 불법촬영 사건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나 초소형카메라로 지하철, 화장실 등에서 치마 속, 신체부위 불법촬영이 늘고 성관계 동영상 등이 인터넷에 유포돼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2011~2016년 판결문을 조사해보니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행위의 약 70%가 벌금형이었다. 피해 정도가 더 심각한 유포 행위도 벌금형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유포 대상이 광범위한데도 정작 가해자는 대부분 1~2년 실형을 받았다. 판사 재량으로 형을 선고하더라도 일정 기준이 필요했다. ‘국민 의견’은 어떤 게 있었나. 최 3월31일까지 2만23명이 참여했다. 최종 접수된 국민 의견을 구체적으로 보면 ‘형벌이 가벼워지는 감경 요소가 없다’가 가장 많았다. ‘영상 삭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고려해야 한다’가 그다음이었다. 형벌 가중 요소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유포됐는가’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등이 꼽혔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형벌이 무거워져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김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민과 법조인의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감경 요소’였다. ‘반성하고 있다’ ‘범행을 자백했다’ ‘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형을 가볍게 해주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있다.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마지못해 합의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 법원에선 부모 이름으로 합의서를 냈을 때는 양쪽을 교차 확인한다. 성폭행 사건에서 피고인이 친족이나 부모이면 한쪽 부모가 피해자 의사를 무시하고 합의서를 내는 경우가 있어서다.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도장을 찍어달라고 접근해 합의하는 일도 있다. 이런 실정을 고려해, 전국 법원에서 합의서가 제출됐을 때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그 대상도 성인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디지털성범죄 특성상 영상을 영구 삭제할 수 없다면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감형에 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최 양형 기준은 일반적으로 범죄 특성과 연관이 깊다. 디지털성범죄도 범죄 특성을 고려해 새 양형 기준이 필요하며, 가해자가 영상 삭제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감형 사유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피해 당사자는 학교 다닐 때 불법촬영 영상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고 가해자는 이름만 대면 아는 대학에 가서 잘 살고 있다고도 했다. 형사범죄에선 피해자와 합의하면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하는데 가해자가 피해자 모두와 합의했는지 따져야 한다는 국민 의견도 있었다. 디지털성범죄는 피해자가 여러 사람인 경우가 많기에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감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성범죄의 피해 정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피고인을 가중 처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영상으로 이모티콘을 만들어 2차 피해를 가한 피고인의 경우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가 없었다면 대법원 양형위가 이런 가중 사유도 파악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국민 의견을 어떻게 활용할 건가. 최 4월 초 대법원에 ‘국민 의견’과 김 변호사의 대표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디지털성범죄 유형이 얼마나 다양한지도 조사한다. 우리나라는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다.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 처벌하려 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기 싫어서 안 한다기보다는 규정이 없어 새로운 문제를 다룰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n번방 회원을 어떻게 처벌할 거냐다. 이런 입법 공백을 메우는 활동을 준비 중이다. 김 디지털성범죄는 기존 양형 기준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거다. 다만 살인, 성폭행 등 다른 강력범죄보다 디지털성범죄가 더 가볍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대표의견서에도 국민 의견을 충분히 담을 계획이다. 최근 n번방 회원 중 상당수가 또 다른 채널로 옮겨가고 있다. n번방 가해자를 검거해도 또 다른 가해자가 생기는 건 막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텔레그램 같은 SNS에 책임을 부과하고, 네이버·구글 같은 인터넷사업자에게도 2차 피해를 방지할 의무를 지워야 한다. 글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사진 류우종 wjry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