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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빈국 지원은 소로스에 배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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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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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AMMA)
세계 헤지펀드계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72)가 최근 빈국 지원과 관련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훈수를 해 주목을 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3월21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개발재원 정상회의’를 앞두고 2004년부터 3년 동안 50억달러의 기부금을 빈국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자, 소로스는 “미국 정부가 제공하겠다고 한 액수는 내가 빈국에 제공하는 기부금의 2배밖에 되지 않는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액수”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1994년부터 지금까지 약 40억달러의 자선기금을 기부한 소로스는 앞으로도 해마다 5억달러씩을 빈국들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로스는 이어 “미국은 빈곤과의 전쟁에서 국제적 협력과 지원에 주요한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세계 빈곤 퇴치를 위해 세계 주요국에 국내총생산(GDP)의 0.7%를 기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미국은 0.1%에 지나지 않아 영국(0.32%), 프랑스(0.32%), 일본(0.27%) 등보다 훨씬 적다.

부시 대통령이 기부금을 크게 증액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힌 데 대해, 소로스는 관리를 제대로 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놨다. 그는 지원자금을 관료들이 운용하고, 자금지원국들 사이의 협력이 없어 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단하며, 주요 부국들이 180억달러의 기부금을 조성한 뒤 이를 국제통화기금(IMF)이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소로스는 이 방안을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에게 설명했으나 오닐 장관은 “너무 복잡한 절차”라며 반대했다고 미국의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소로스는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협력을 꺼리는 것은 기부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제공해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로스는 “미국의 대외원조는 냉전시절 원조와 성격이 같다”며 “미국은 주로 군사비 지출과 대외선전비에 많은 돈을 쏟아붓지만 이보다는 더 실질적인 데 투자해야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융계의 철학자’라고도 불리는 소로스의 이런 발언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나서는 데는 기득권자로서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측면이 적지 않다. 그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세계 자본주의가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국가들에게 긴급자금을 제공하는 국제대부기구를 창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세계 자본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이다.

박종생 기자/ 한겨레 국제부 j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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