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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산서 읽으며 등반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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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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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을 이렇게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목숨 걸고 암벽 등반하는 사람을 이해하기란 폴리네시아인이 눈의 촉감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영화 <비트>와 <태양은 없다>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심산(41)씨가 펴낸 <마운틴 오딧세이>(풀빛 펴냄, 02-362-8900)는 이렇게 멀고도 먼 두 부류 사람들 사이에 구름사다리로 놓을 만한 책이다. 열렬한 산사랑으로도 잘 알려진 심씨는 산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과 감칠맛 나는 글솜씨로 국내외 산서 22편을 소개하고 있다.

“산서가 오직 산만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입니다. 산서는 무엇보다도 등반행위를 주제로 삼고 있는데, 그것은 산과 인간이 빚어내는 격렬한 드라마지요.” 서가의 반 이상이 산서로 채워져 있고, 틈만 나면 산을 찾는 심씨지만 어릴 때는 “죽어도 산악인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산을 싫어했다고 한다. 그에게 산서를 처음 알려준 아버지와 형들이 산에 다니며 허구한 날 입고 돌아오는 부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가 끝나면서 산으로 발길을 끄는 유전자가 그의 염색체 안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사회도 이념도, 그의 생활도 큰 변화를 겪는 시절이었다. “이념은 변해도 산은 거기에 그대로 서 있었기 때문에” 그는 동네 뒷산부터 안나푸르나까지 닥치는 대로 오르기 시작했다. 산서에 대한 애정도 그렇게 시작됐다.

<마운틴 오딧세이>는 등산학교 동문회보와 산악전문지에 연재하는 글들 가운데 발췌한 것으로 앞으로 5권까지 낼 생각이다. 월간 <산>에 1년 동안 연재한 북한산 관련 글들을 모은 <내사랑 북한산>(창작과 비평사)도 조만간 발간된다. 다음해 촬영을 목표로 하는 <마운틴>이라는 가제의 시나리오 손질도 한창이다. “제 책도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여기 소개된 산서들이 좀더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한권의 책으로 인해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이 암벽등반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반(反)등반가’들의 “다시 내려올 걸 왜 고생하며 올라가냐?”는 우문은 줄어들 것 같다.

김은영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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