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셔는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네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정신건강을 연구하던 그는 25살 때 결혼생활의 위기를 경험한 뒤 사회로부터 고립됐다. 은둔생활을 하던 중 환각과 망상에 빠졌다. 병원을 찾은 피셔는 조현병을 진단받았고, 세 차례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의 강제 투약과 인신 구속을 경험하면서 그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조현병에서 회복된 뒤 하버드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피셔는 병원에서 의사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을 전개했다. 마음의 병은 사회적 활동으로 회복 가능 피셔가 처음 당사자 운동을 전개했던 때는 정신장애인 낙인이 지금보다 더 강한 시기였다. 사람들은 조현병을 나을 수 없는 불치의 병으로 인식했다. 약물 복용으로 증상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만이 최선으로 여겨졌다. 조현병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피셔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웠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피셔는 의술을 활용한 기존 치료에 강한 의심을 나타내면서 “마음의 병은 뇌의학이 아니라 사회활동을 통해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셔와 NEC가 동료지원가와 정신장애인, 정신장애인 가족에게 교육하는 치료법은 ‘마음 심폐소생술’(Emotional CPR)이다. 마음 심폐소생술에서는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타인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꼽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유지할 힘을 받고, 희망을 찾아야 정신장애로부터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셔는 2008년께 마음 심폐소생술 개념을 정립했고, 최근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등 16개국에서 관련 강의를 하고 활동가를 교육했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특정 환자 집단이 받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받는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 심폐소생술도 마찬가지로 정신장애를 겪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피셔는 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마음 심폐소생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1월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정신장애인 전국대회에서 100여 명의 정신장애 당사자와 가족 등에게 마음 심폐소생술에 대해 강의했다. 피셔는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위해서는 공동체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유해가스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데리고 갔는데 정신장애인은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사회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정신장애인 수가 증가하고,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사회에도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피셔는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공동체에 복잡한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라고 했다. 자살률이 높은 건 공동체에서 개인 소외가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그는 이러한 개인 소외를 ‘마음의 기후위기’라고 표현했다. 정신장애인 증가는 공동체 문제라는 방증 “미국에서 총격에 의한 인명사고가 나면 전미총기협회(NRA)는 용의자의 정신과 기록을 찾아내 ‘용의자가 정신장애인이었다’는 보도자료를 낸다.” NEC의 활동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미국 사회가 정신장애인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것에 피셔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2002년 조지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정신건강 위원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았지만, 일부 전문가 집단은 NEC가 “정신장애인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준다”며 NEC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NEC는 25년 가까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됐으나, 내년 10월 이후에는 정부 지원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은 피셔는 지친 듯한 표정으로 반문 했다. “헛된 희망이라도 있는 게, 아예 희망이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이재호 기자 ph@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