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국립공원 반야봉 주변에도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의 집단고사가 진행 중이다. 김진수 기자
구상나무만이 아니다. 가문비나무도 집단고사가 심각하다. 지리산, 덕유산, 계방산, 설악산 등 해발 1600m 위쪽에 산다. 가문비나무의 최대 군락지인 지리산 반야봉과 천왕봉~중봉의 집단고사는 이 침엽수종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한다. 특히 지리산 아고산대에서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어우러진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2015년 전후부터 두 고산침엽수가 동반 몰락하고 있다. 구상나무, 멸종위기 목록도 없어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는 산사태를 불러왔다. 10월 현재 지리산 천왕봉~중봉 일대에는 35건 넘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쪽 중봉~하봉과 서쪽 제석봉 일대까지 남북 사면 모두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났을 정도다. 계곡 아래까지 길게 암석과 토사를 드러낸 산사태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고산침엽수의 떼죽음과 관계가 높은 것으로 본다. 산사태는 고산침엽수 뿌리가 토양을 잡아주던 기능을 상실하면서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뿌리가 수평으로 퍼지는 천근성 수종이다. 뿌리가 깊게 토양을 파고들기보다는 수평으로 뻗어나가서 토양을 그러쥐듯이 붙들고 있다. 그런데 집단고사가 이뤄지면서 수목의 뿌리가 힘을 잃고 토양을 고정하던 힘도 약해진다. 여기에 바람이 불어 고사목이 흔들리면 가뜩이나 약해진 뿌리부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때 약해진 토양층이 벌어지면서 이 틈으로 빗물이 스며든다. 폭우 때 죽어 있거나 죽어가는 침엽수 뿌리 밑으로 물이 스며드는 것이다. 아고산대 토양층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고 밀리면 산사태의 발생을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의 고산침엽수는 경사지에 자라는 경우도 많다. 본래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상대적으로 산사태에 취약하다. 지리산 천왕봉 일대의 산사태 발생 지점과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집단고사한 지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 외에 2013년 이후 지리산에 대형 산사태가 늘었다는 점 또한 집단고사와 산사태의 관련성을 짐작게 한다. 고산침엽수 집단고사가 진전됨에 따라 산사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지리산 천왕봉 일대 자연환경 전반의 황폐화가 우려된다. 남쪽에 구상나무가 있다면 북쪽에는 분비나무가 있다. 기준점은 소백산이다. 그런데 분비나무도 집단고사가 시작되었다. 분비나무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중부와 북부의 40여 곳 고산지역에 분포한다. 대표적인 서식지는 오대산, 설악산, 태백산, 발왕산 등이다. 여기서도 집단고사가 나타난다. 특히 태백산과 오대산의 1300m 위쪽 성년기 분비나무는 대부분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태백산 정상봉인 천제단 주변과 오대산 비로봉 코스에서 쉽게 확인된다. 학계나 정부기관 모두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이 상황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여전히 모색 중이다. 침엽수 고사 다음은 누구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는 북방계의 침엽수다. 기후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근 고산지대의 환경 여건은 겨울철 적설량 감소, 봄철 온도 상승과 여름까지 이어지는 가뭄을 들 수 있다. 침엽수에는 치명적”이라고 진단했다. 아고산대의 고산침엽수가 사라지는 것은 기후변화가 한반도에서 생태계와 생물종에 영향을 준다는 구체적인 증거다. 지금까지 구상과 분비 그리고 가문비의 집단고사 원인으로 겨울철 적설량 부족, 봄철의 건조, 초여름 가뭄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태풍 등이 겹친 것으로 본다. 자연은 오묘하다. 여러 환경 요인이 어우러지면서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런데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기후변화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그 생생한 모습이 고산침엽수의 쇠퇴다. 다음은 어떤 생물일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