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전화 2탄도 지둘려봐!
등록 : 2002-03-27 00:00 수정 :
한통의 전화를 녹음한 음성파일이 네티즌을 포복절도하게 만들고 있다. 이른바 ‘김대중-조지 부시와의 엽기전화통화’.
“따르릉, 여보세요, 조지 부시? 잉, 나여. 딴 것이 아니라. …자네가 우리에게 팔겄다고 한 F-15라고 하는 그, 그 자전거 있잖여. 우리가 사면 나중에 부품 땜세, 상당히 골치가 아프지 않겄느냐 그런 의견이 있어 가지고 시방 전화한 건디 말이여….” 이렇게 점잖게 시작했으나 곧 “…뭐시여? 10년 후쯤은 공장 패쇄할지도 모른다고? 아, 그러면 쪼까 곤란하잖여. …뭐시여? 음마, 이런 잡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배경음으로 깔리는 또 다른 음성. “렛츠뮤직 협찬,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이 소리는 우리나라 모 대통령이 F-15 문제로 미국의 모 대통령에게 ‘했으면’ 하는 소리입니다.”
짐작하겠지만, 배경 목소리는 2년 전 <배칠수의 음악텐트>(
www.letsmusic.com)라는 패러디 인터넷방송을 시작한
배칠수(본명 이형민·30)씨가 배철수씨를 흉내낸 목소리다(<한겨레21> 319호 사람이야기 참조). 그렇다면 ‘모 대통령’의 목소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 역시 배칠수씨다.
많을 땐 13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씨는 지금 인터넷방송 <배칠수의…>에 집중하기 위해 7개 프로그램에만 고정출연하고 있다.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번 엽기전화통화는 벌써 500회를 훌쩍 넘긴 <배칠수…>의 작가와 피디와 배씨가 머리를 맞대고서 “그날치 한 코너를 떼우기 위해 넣은 것”이란다. 그동안 줄곧 “없어졌으면 하는 우리의 소리” 시리즈로 정치인 목소리를 흉내낸 그에게 이번과 같은 반향은 당황스럽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그는 “사실성을 강화하겠다”며 기자와 마주 앉아 휴대폰을 들고 이야기를 나눴다.
“왜 이런 걸 만들었느냐고? 뭔 말을 하는 거시여, 시방. 목소리 흉내내지 않으면 누가 그냥 돈을 주간디? 이것이 다 직업적으루다 한 거시여.” 전화통화의 인기비결에 대해서는 “짜증나는 사람들이 많잖여. 가려운 곳을 쪼께 긁어준 거시여. 듣자하니 모 대통령께서도 청와대에서 이 녹음을 들었다고 하는디, ‘음마, 내가 은제 요로코롬 욕했다고 그려’ 하고 웃어넘기더라는 소리를 들었어.” 2탄, 3탄도 나오느냐는 질문에 “아따, 지금 뜨는 것이 시리즈 중 하나였다니께? 지둘려봐. 지둘리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시여.”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