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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리의 평화,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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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3-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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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베트남 현지에서 진료단에 합류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막힌 대화를 뚫어주는 통역 대학생들이다. 올해도 다낭에서 10여명의 호치민대 한국학과 학생들이 주민들보다 먼저 의료진을 맞았다. 함께 탄 버스에서 학생들에게 “노래! 노래!”를 외치자 예쁘장하게 생긴 학생이 나와 안재욱의 <포에버>를 멋지게 불렀다. 3학년에 재학중인 팜 지우 응옥(21)이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북베트남 전사 출신인 아버지를 둔 응옥은 한국군 양민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님에게서 듣고 자란 전사의 딸로 학교 안에서는 한국어 동아리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적극적인 학생이다.

“한국 사람들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서, 그리고 한국말 연습하고 싶어서 왔어요.” 응옥은 솔직하게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과거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는 미래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어떻게 그렇게 당한 과거를 쉽게 용서하느냐”는 몇몇 한국 사람의 질문에 대해 그는 “베트남은 옛날부터 중국과 프랑스·일본·미국의 침략을 받아오면서 인내를 배워왔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과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건 지금 평화가 있고, 어려운 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가을동화>는 “너무 슬프기만 한 사랑얘기라 재미없었다”는 응옥은 “한국 사회가 어떤지, 한국 사람들 사고방식이 어떤지를 느낄 수 있었던” <모래시계>를 인상깊게 본 드라마로 꼽았다. 안재욱 노래를 썩 잘 불렀지만 베트남의 한류열풍에 대한 그의 시각은 다소 비판적이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볼 수 있지만 한국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화장, 그리고 행동까지 따라하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외국문화를 받아들여 경제적 수준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응옥은 지난해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 학생들과 한-베트남 청년교류단 행사에 참가해 열흘 동안 한국을 여행했다. 서울의 거리를 보면서 아주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그의 수첩 갈피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단풍잎 두장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응옥은 졸업 뒤 한국으로 유학가서 공부하는 게 꿈이다. “베트남의 한국 회사에 들어가 단순히 통역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한국 사회나 한국 사람들의 생각에 좀더 접해보고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관계에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쿠앙응아이=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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