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탈출’한 네팔인 찬드라
등록 : 2002-03-20 00:00 수정 :
사진/ 지난해 4월 히말라야 찬드라의 집을 찾은 풀꽃모임 정상명 대표와 찬드라, 최성각씨(왼쪽부터). 찬드라는 야크털로 손수 잔 방석을 선물했다.
탈출은 북한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 2년여 전 히말라야 산간마을 출신의 한 네팔여성이 극적으로 한국을 ‘탈출’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6년4개월간 갇혀 있던 정신병원에서 구출된 것이다. 92년 2월 단기체류비자로 한국에 온
라 꾸마리 구릉은 93년 11월 어느날 갑자기 실종됐다. 우리 말이 서툴고 행색이 초라한 그를 서울 동부경찰서에서 행려병자로 오인해 정신병원에 강제 수감시켜버린 탓이다. 2000년 3월까지 그는 아무런 외부접촉 없이 강제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일은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여지없이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상식만 있었으면 “나는 네팔 사람이다”는 애원과 “나는 미치지 않았다”는 호소를 행려 정신병자의 그것으로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찬드라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학대한 폭력에 대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참다 못해 환경단체가 나서 참회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새만금 갯벌의 백합 등 자연에 상을 주어온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풀꽃모임)은 네팔인 회원을 통해 이 일을 접하고부터 찬드라의 퇴원과 귀국을 두팔 걷고 도운 인연이 있다. 최성각 사무처장(47)은 “환경단체가 외국인 인권운동에 나서는 건 하나도 이상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환경파괴와 인권유린은 경쟁위주의 경제지상주의·물질만능주의라는 한뿌리에서 나옵니다. 찬드라 사건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고, 35만명에 이르는 수많은 ‘찬드라들’이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못난 정부를 대신해 찬드라에게 사과하고, 대한민국 공동체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저지르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깊이 반성하자는 취지입니다.”
3월15일부터 석달간 이뤄지는 이 모금운동의 진행상황은 풀꽃세상 사이트(
www.fulssi.or.kr)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문의 02-325-6801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