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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여성 편집장의 ‘기사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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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3-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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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문잡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수지 웨틀로퍼(42) 편집장이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웨틀로퍼는 지난해 말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66) 전 회장과 인터뷰를 계기로 그와 ‘로맨틱한’ 관계에 빠졌다. 사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웨틀로퍼의 편집장직 사임, 웰치의 파경 위기로까지 발전됐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애초 웰치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런데 이 잡지가 발간 전에 인터뷰 대상자에게 기사를 미리 보고 수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인터뷰에 응했다. 그때만 해도 두 사람은 인터뷰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이는 관계였다. 그러나 기사 수정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웨틀로퍼는 웰치에게서 팔찌를 선물받았다고 동료들에게 실토하기도 했다.

문제는 ‘로맨틱한 관계’가 기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웨틀로퍼는 “웰치가 기사 제목부터 내용까지 상당한 수정을 가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급기야 웨틀로퍼는 지난해 12월 기사의 객관성이 의문시된다며 자신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을 취소해달라고 편집이사에게 말하고, 편집이사는 다른 기자에게 다시 인터뷰를 하도록 했다.

웨틀로퍼의 이런 행동은 ‘취재원과 너무 가까워지지 말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킨 적절한 대응조처였다고 볼수 있으나, 일부 동료들은 다른 시각으로 봤다. 기사 취소 요청은 웰치의 아내가 웨틀로퍼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스캔들로 비화할 것이 명백해지자 비로소 행동에 나섰다는 얘기다. 문제가 불거지자 웨틀로퍼는 지난 3월8일 “최근의 논란이 많은 직원들에게 조직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나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기자들의 윤리규정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인터뷰 기사를 잡지 발간 전에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이 잡지가 주로 경영자들인 인터뷰 대상자에게서 경영의 키워드를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출판부가 발간하는 이 잡지는 독자 24만명 중 절반이 고위 경영자들로, 90년대를 풍미한 ‘리엔지니어링’을 포함해 많은 경영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웨틀로퍼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으로 <마이애미헤럴드> 에서 기자로,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다.

박종생 기자/ 한겨레 국제부


j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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