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 119’ 회원들이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갑작스런 업무 가중과 부서 이동 어느 날이었다. 새로운 제품 생산으로 생산직 노동자들이 헷갈려 문제가 생겼다. 이사에게 질책받은 부장은 생산 현장에 있는 미라씨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이거 몰랐어요? 상자 확인도 안 했어요? 나를 일부러 엿 먹이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미라씨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해달라고 했지만, 부장은 “모르면 됐어요. 가보세요”라고 했다. 이후 부장은 미라씨와 나눠서 함께 하던 업무에서 손을 뗐다. 업무 부담을 가중하려는 의도였다. 작은 회사에서 그녀는 혼자 더 많은 일을 감당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사는 회의 시간에 미라씨에게 부서 이동을 통보했다. 징계위원회나 어떤 절차도 없이 주임에서 사원으로 강등시켰다. 이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더니 “너와 트러블이 있다고 부장을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사가 한 직원에게 미라씨는 불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평소 같이 밥도 잘 먹고 즐겁게 지내던 신입사원들마저 갑자기 그녀를 멀리했다. ‘왕따’가 주먹보다 무서웠고 ‘은따’ 때문에 숨이 막혔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사직서를 썼다. 개인적 사유라고 적고 싶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이 더 이상 따돌림당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급자의 갑질에 의한 퇴사 상급자의 갑질에 의한 사유로 더 이상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불가하므로 퇴직하고자 회사에 통보합니다. 아울러 이미 본인이 이전에 행하던 직무를 하지 않고 있고, 관련 자료 및 인수인계서를 전달했으니 인수인계 의무를 다했음을 알립니다. 미라씨는 상사의 갑질 행위 10가지를 적었다. 하지만 결재가 나지 않을 것 같아 위 내용만 제출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사장은 미라씨에게 전화를 걸어 식사를 하자고 했다. 가장 오래 다닌 직원이 그만두는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사장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회사에 제출하지 않은 10대 사직 사유를 보냈다. “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지만 제가 쓴 사직서로 인해 회사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좋겠어요.” 미라씨의 용기 있는 ‘사이다 사직서’로 회사가 달라졌을까?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 등)이 시행됐다. 앞으로는 사직서 대신 신고서를 쓰면 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매뉴얼에는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행위”와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 당신 탓이 아닙니다 직장갑질119는 7월16일 ‘갑질 타파 10계명’(직장 내 괴롭힘 대처 10계명)을 발표했다. ①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②가까운 사람과 상의한다 ③병원 진료나 상담을 받는다 ④갑질 내용과 시간을 기록한다 ⑤녹음, 동료 증언 등 증거를 남긴다 ⑥직장 괴롭힘이 취업규칙에 있는지 확인한다 ⑦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한다 ⑧유급휴가, 근무장소 변경을 요구한다 ⑨보복 갑질에 대비한다 ⑩노조 등 집단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다. 갑질타파 10계명의 첫 번째의 의미는 이렇다.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계세요? 당신 탓이 아닙니다.” 직장갑질 제보 gabjil119@gmail.com 후원계좌 010-119-119-1199 농협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 운영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