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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다단계판매로 일확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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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3-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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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사진은 안 찍으면 안 돼요?”

서울 기독교청년연합(YMCA) 시민중계실에서 다단계판매 피해상담과 구제, 제도개선 업무를 맞고 있는 김희경(26) 간사는 망설였다. 이 일을 맡아온 지난 1년 반 동안 다단계판매업체 쪽의 항의전화에 한두번 시달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일’이다.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단계판매로 판매원 대부분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현실과는 분명히 달라요. 회사는 돈을 벌지만, 하위판매원이 큰돈을 벌기란 복권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요.”

그는 우리나라 다단계판매의 문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사는 소비자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판매원으로 가입해 하위판매원을 두고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시작하지요. 그래서 물건값에 후원수당이 붙어 처음부터 비싸게 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하위판매원을 계속 만들어야 돈을 벌 수 있는데, 끝없이 하위판매원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조직의 상층부는 돈을 벌지만 하위판매원이 돈을 벌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로 인한 일차적인 피해는 대개 물품환불이 잘 안 되는 점이다. 그는 이 때문에 요즘 힘이 빠져 있다. 그동안 반대운동을 벌였지만 지난 2월28일 방문판매법이 결국 ‘개악’됐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로 물건을 산 소비자는 회사를 상대로 구입철회를 요청할 수 없고 먼저 판매원에게만 요청할 수 있도록 바뀌었어요. 또 철회요청 기간도 14일로 줄었지요. 시장에 맡기자는 건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단계판매의 성공에 확신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상을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요.” 그는 다단계판매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더욱 걱정했다. “애초 반대하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거봐라’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거든요.” 그는 요즘도 ‘당신이 다단계판매를 해봤느냐, 해보지도 않고 뭘 아느냐’ 따위의 전화에 간혹 시달린다. 하지만 다단계판매로 인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가 할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겉모양이 세련돼간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다단계판매는 선진 마케팅기법이 결코 아니거든요.”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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