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월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자회사 정규직화의 함정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은 ‘속도’에 집중해왔다. 재원 확보, 공정 임금,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갈등,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처럼 길고 힘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내용은 우회하거나 미뤄두는 방식을 택했다. 이날 총파업은 결국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그동안 묻어뒀던 난감한 질문에 직면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가이드라인과 이날 노동자들이 손에 들고 몸에 붙이고 무대에서 읊은 목소리를 함께 짚으며 총파업을 계기로 물 위로 떠오른 정규직 전환의 진짜 숙제를 간단히 살펴봤다. ‘조직 성격 및 규모·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노사 협의,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 결정’(가이드라인) ‘직접고용 쟁취·자회사 중단’(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노동자 조끼에 새긴 문구) 간접고용 노동자 대부분이 새로 설립된 ‘자회사의 정규직’이 됐다. 전문가들은 6만3천여 명 정규직 전환 대상 간접고용 노동자 가운데 4만 명 정도가 자회사 정규직이 된 것으로 추산한다.(‘문재인 정부 2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평가와 과제’, 사회공공연구원) 자회사 정규직화는 소속에 따른 임금과 노동조건 차별뿐만 아니라 정규직화의 기본 조건인 고용안정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노동자 쪽 주장이다. 공기업의 비용 효율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공공기관 자회사가 도로 민간기업이 돼버린 역사가 있어서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고 김용균씨가 소속됐던 한국발전기술 역시 한국남동발전의 자회사에서 2014년 민간업체 태광실업에 매각됐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자회사 방식을 정규직화 형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일까? 표면적으로 갑자기 늘어날 기관 내부 노동자에 대한 노무관리의 어려움 때문이다. 여기에 직접고용이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정부는 정규직화 과정에서 ‘재정적 부담 최소화’를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정규직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갑자기 노동자가 불어나면 기존 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깎일 수 있다. 공공기관 인건비는 총액으로 예산에 반영되고, 이를 노동자들이 나눠가진다. 경영평가를 한 뒤 주는 상여금 역시 나눠야 한다. 재정 부담은 막아야겠고, 노동자 사이의 갈등도 덮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전환 예외 사유: …타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교사·강사 중 전환이 어려운 경우…’(가이드라인) ‘전환 제외자 전면 재논의’(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정리한 요구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6천 명 가운데 정부가 파악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대상은 20만5천 명이다. 나머지 21만여 명은 비정규직으로 남는다.(‘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 고용노동부) 논란이 되는 건, ‘정말로 21만여 명은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이들인가’다. 가이드라인은 꼭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를 제시하지만, 이것이 정규직화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라’는 규정은 아니다. 각 기관 사정에 맞춰 정규직 전환 필요성을 판단해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가이드라인에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유가 있는 비정규직 대부분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밀렸다. 정규직 전환 대상과 전환 방법을 결정하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 운영 방식도 논란거리다. 한 예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구성위원 163명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추천위원은 19명에 그쳤다. 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 잔류를 가르는 논의 과정에 당사자들이 목소리 낼 여지가 적었던 셈이다. 직무별 임금제도 논의 창구 마땅찮아 “‘직종별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취지가 반영’(가이드라인) ‘공공부문 직무성과급제 개악은 재앙’ (전국공공운수노조가 낸 성명)” 직무급제가 차등과 차별, 연공급이 뒤얽힌 복잡한 국내 임금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직무급제는 속한 기관이나 근속연수가 아닌,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직무급제 논의는 공공부문에서 새로 정규직이 된 노동자에 한정됐다. 정부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조리, 사무보조 등 5개 업종만 대상으로 표준임금체계(직무급)를 발표하려다, 노동자 반발에 부딪혀 미뤘다. 노동자들은 이런 ‘그들만의 직무급제’가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고 붙박아두는 수단이 될 거라고 봤다. 직무급제 논란은 넓혀보면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하는 어려운 질문과 맥이 닿아 있다. 표준임금체계는 그 기준을 사회적 논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려다 불발된 사례다. 그렇다고 산별노조가 척박한 국내 상황에서 노동자와 정부, 기업 사이의 대화가 이뤄질 창구도 마땅치 않다. 공공부문에서 어느 정도 공정한 임금이 자리잡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 민간 기업 비정규직과 임금 격차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은 공공부문에만 한정됐을 뿐, 경영 개입이라는 우려를 의식해 민간부문까지 확장되지 못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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