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배달하는 ‘샘물 한모금’
등록 : 2002-03-20 00:00 수정 :
‘팬클럽’이 있는 청와대 비서관.
고도원(50)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은 ‘인터넷 스타’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요즘 그의 성가는 하늘을 찌른다. 비서관이 되기 전 20년이 넘는 기자생활 가운데서도 경험하지 못한 뜨거운 성원이다.
출발은 소박했다. 2000년 5월3일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
www.godowon.com)를 열었다. “컴퓨터 공부도 하고 그동안 책에서 읽은 괜찮은 어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할 겸해서였습니다.” 오픈 초기 하루 100여명 안팎이던 방문객이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10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1년3개월 만인 지난해 8월1일 그는 네티즌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침마다 이메일로 어록을 직접 날라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좋은 책에서 뽑아 좋은 사람들에게 보내드리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제목 그대로 그가 모아놓은 책의 어록을 골라 짤막한 단상을 덧붙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7개월을 넘어선 3월18일 현재, 그의 이메일을 받아보는 네티즌은 8만7천여명. 17일 하루에만 816명이 새로 그의 독자가 되겠다고 신청해왔다. “너무 반응이 뜨거워 저 자신 얼떨떨할 지경입니다.”
“시원한 청량제다.” “아침이 즐거워진다.” “희망을 품게 됐다.” 독자들의 감사 이메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6일엔 독자들과 첫 오프라인 만남도 가졌다. 광명시에 사는 20여 독자들과 함께 한 자리였다. “한번 꼭 실물을 보고싶다는 요청들이 많았는데, 바빠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겨우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의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내자는 제의도 독자들이 먼저 했다. “지난 글들까지 옆에 두고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그래서 나온 책이 <아름다움도 자란다>(청아출판사 펴냄, 8800원)다. 이메일 서비스 시작부터 지난 2월까지 아침편지를 모아 엮었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연설문과 회견문, 기고문 초안을 작성하는 격무 가운데서도 그는 일요일과 설 연휴를 빼면 한 번도 이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독자와의 약속이자, 제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침 1∼2분의 글읽기를 통해 청량한 샘물 한 바가지를 맛볼 수 있었다는 독자들의 한마디가 가장 큰 보람”이라며 “앞으로도 언제까지고 마음의 비타민 조제자 역할을 그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