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5월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이번 재수사의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외압과 수사 방해’였다. 그런데 경찰들이 외압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럼 결론이 난 것 아닌가. 그건 당시 (경찰청장, 수사국장 등) 윗사람들이 그리 얘기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또 (외압의) 당사자일 수도 있으니 그리 말할 수 있다. (청와대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거짓일 수 있다. 그러니 수사하라는 것 아닌가. 외압을 입증할 증거는 많다. 이세민 당시 수사기획관과 당시 범죄정보과장이 (청와대) 수석실에서 전화가 와서 보고했다는 등의 내용을 자료로 남겨놓았고, 그것을 이번에 검찰에 제출했다. (외압이 아니라면) 그런 말을 그들이 왜 남겨놓나. 이번 수사 결과에 그런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경찰 고위 관계자가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보고받았다면 공직 인사를 검증하는 청와대에 보고했어야 한다고 진술했다. (2013년) 3월2일, 5일, 9일, 11일 등 누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용을 확인해줬고, 또 누구한테 보고했다는 내용이 당시 실무자와 수사기획관의 메모에 남아 있다. 보고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13일에는 내가 직접 당시 과장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들고 간 보고서에는 김학의 동영상과 관련한 주요 내용이 담겼다. ㄱ총경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문건의 이름은 ‘검찰 고위공직자 김○○ 동영상 관련 보고’다. ㄱ총경은 “보고서에는 동영상 내용과 함께 촬영 및 유출 경위, 동영상 내 등장인물 특정, 관련 (피해) 여성의 진술 등이 기재됐다”고 말했다. “나만 아니라 다른 동료도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검찰은) 청와대 출입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내가 들어간 것도 인정하지 않던데, 경찰 생활 20여 년 만에 처음 들어간 날을 내가 어떻게 잊겠나. 그게 아니라도 다른 자료와 당사자가 차고 넘치는데 어떻게 그렇게 (보고가 없었다고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학의 동영상과 관련해 경찰의 청와대 사전 보고 여부의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은 이후 청와대 외압과 수사 방해를 규명하는 데 주요한 대목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전 보고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경찰이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 고위 인사인 김 전 차관의 비리를 감춰두었다가 임명과 함께 공개하면서 정권에 부담을 주고 검찰을 의도적으로 흠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4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때문에) 정권 출범 초기 아직 자리를 못 잡은 상태에서 경찰이 사실상 항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수사단의 발표를 보면, 경찰이 청와대에서 김 전 차관의 내정 전까지 사건 관련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발표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와 함께 수사 초기 이뤄졌던 수사 라인에 대한 인사 조치에 대해서도 “부당한 인사 조치가 아니”라거나 “부당한 인사라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맥락만 보면, 당시 인사 조치는 경찰의 항명이 있었는데도 불이익을 안 주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결론에 이른다. “3월 수사 착수하자 4월 초 인사 조치” 수사단은 당시 경찰이 (김 전 차관과 관련한) 보고를 누락한 것을 지적한다. “차관 내정 발표(3월13일) 전까지 경찰이 (김학의) 동영상을 확보한 사실이 없고 내사나 수사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했다”고 발표했는데. 지엽적인 내용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김학의) 동영상 확인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실체가 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를 시작하면 확보할 수 있다고도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3월2일부터 지속적으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수사 외압의 대표적인 예로 지목됐던 당시 경찰 인사 조치는 이번 수사 발표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수사 착수가 3월인데, 4월 초에 경찰청장부터 수사 라인 모두가 인사 조치됐다. 이게 외압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 라인을 문책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2014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의 경험담을 얘기한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찰에 그 사람(김학의)과 관련해 내사를 진행 중인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나중에 그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졌고 경찰 지휘 라인에 대해 책임을 물어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도 있었다.”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김학의 전 차관 수사 외압 혐의와 관련해)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했다. 물론 수사를 착수한 이후 (수사팀에는) 직접적 외압이 없었던 것은 맞다. 다만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볼 만한 단서는 충분했다. 이 전 수사기획관 등 충분한 자료와 진술이 있음에도 직권남용의 피의자나 공범이라고 볼 수도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그쪽 얘기만 믿고 결론 내는 수사를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외압과 관련해 이세민 전 수사기획관은 6월5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외압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수사국장이 청와대 전화를 받고 당황해 부담을 느꼈던 부분이나 당시 청와대 행정관도 찾아와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큰일 난다고 말한 대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는 외압이 없었다고 경찰들이 진술했다는 수사단의 발표와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지난 6월4일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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