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열망
등록 : 2002-03-20 00:00 수정 :
노무현 돌풍이 민주당 경선과 대선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바람의 향방에 따라 그가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도 가능한 ‘현실의 범주’에 들어왔습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이 절대 우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는 한나라당에서 따놓은 당상처럼 여겨온 이회창 대통령론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여론조사와 언론보도로 상식처럼 통했던 그러한 선거구도에 비하면 최근의 노무현 현상은 분명 돌풍입니다.
덕분에 선거가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만일 초반부터 이인제 대세론이 휘어잡았다면 모든 것이 싱거워졌을 것입니다.
노무현은 대전에서 주춤했지만 초반 기세를 잡았습니다. 특히 광주에서의 바람몰이는 돌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조직에서 열세인 그가 출신지 후보도 아니면서 1위를 한 것은 개혁에 대한 열망 표출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고한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섰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경선에서 재미를 보면서 그가 강조해온 ‘본선경쟁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이회창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당 안팎으로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
노무현 돌풍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그가 과연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새로운 관심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보다도, 개혁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국민경선과 노무현을 통해 표출됐다는 점에 더욱 주목하고 싶습니다. 곧 새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뜨겁다는 것입니다. 그 기운을 포착하고 검증하고 북돋우는 것이 여야 정당과 언론의 몫이라고 봅니다.
뚜껑이 열린 국민경선과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표출된 것은 지역할거, 1인정치, 부패, 기득권, 곧 그들만의 정치에 대한 반기입니다. 정치권과 주요 언론은 결과적으로 이런 바닥 민심을 읽는 데 실패했습니다. 부실한 예측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은 저만치 가는데, 3김과 지역구도라는 분석틀에 매달려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최근의 흐름을 또한 DJ머슴론이라는 DJ 대 반DJ구도, 보혁대결이라는 색깔론으로 몰고 가는 것 역시 경계돼야 합니다. 이는 낡은 대립구도로 정치를 보고 또 이 구도에 정치를 붙잡아두려는 의도입니다.
여야의 대선주자와 대선 캠프는 그 누구든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읽고 변화를 주도할 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겨레21>은 지난 1월 ‘네티즌이 대선을 접수한다’, ‘국민경선 흥행대박’이란 표지기사로 정치가 크게 바뀔 것을 예고했습니다. 시민들의 힘이 정치를 바꿀 것이란 예고가 다행히 적중해 지금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은 마라톤으로 치면 5km도 채 달리지 않았습니다. 선거인단이 모두 7만명인데 대전까지 투표한 선거인단은 6천명여명입니다. 흥미진진한, 정치를 바꾸는 레이스를 보고 싶습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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