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최보은ㅣ영화월간지 <프리미어>편집장 (이정용 기자)
지금의 성년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에 관례와 계례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관례는 남자에게 상투를 틀어 갓을 씌우는 것이고, 계례는 여자에게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것인데, 관례를 마치면 아명을 버리고 진짜 이름과 자와 호를 가졌으며 결혼할 자격과 벼슬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졌다. 그 관례는 <문공가례>와 <사례편람>에 의하면 15살에서 20살 사이에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조선 후기에 와서는 10살이 지나면 이미 혼인하는 경우가 많아져 관례도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만 20살이 되어야 성년으로 인정하고 투표권도 주는 지금 이 사회를 보면서,어른으로 인정받기가 그토록 힘들어진 이유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감투를 놓고서도 인사적체가 빚어지는 건 아닌가, 그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른이 되고도 남을 한 세대 전체를 ‘성장엄금’이라는 ‘모라토리움’ 속에 가둬놓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것이다. 백과사전의 ‘청소년문제’ 항목을 찾아보다가 “현대사회에서는 생리적 성숙의 가속현상과 사회적 성숙의 지연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심신발달의 불균형이 현저해졌다”는 대목을 발견하고는 옳다구나 싶었다. 사전은 “무엇이 이들의 사회적 성숙을 지연시켰는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지금 충무로에서 벌어지는 ‘세대교체 혁명’의 예고편을 지켜보는 일은 그래서 흥미롭다. 수십억원대의 예산을 쓰고, 최소한 수십명의 스태프들을 지휘하는 영화감독 자리를 약관 20대들이 속속 메우고 있다. 그들을 기용한 영화제작자들에 따르면 ‘시켜주면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어른은 안 시켜줘서 못 되는 것”이라고 믿게 된 나는, <도전! 골든벨>의 과거 시험장에 나와 앉은 이몽룡보다 더 늙은 학생들이 대체 뭐가 모자라서 ‘미성년’이라는 걸까 궁금해하고, 19살이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 없는 청소년보호법을 “웃기고 자빠지지 않았나” 생각하며 살아간다. 만 20살, 기준이 뭐지? 내친 김에 뒤져본 국내법에 따르면 만 17살이 되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유언할 자격이 주어지며, 남자가 만 18살이 되면 병역법상 제1국민역으로 편입되지만 만 19살까지는 ‘청소년’으로서 법의 보호 대상이 되고, 만 19살 이상은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자격이 주어진다.하지만 만 20살이 되기 전에 결혼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공민권은 특별한 예외규정이 없는 한 만 20살인 성년이 되어야 주어진다고 되어 있다. 난 그 들쭉날쭉한 나이들이 어떤 기준에서 정해졌는지 모른다. 다만 “미국은 투표권과 관련하여 성년을 20살에서 18살로 낮추었고, 프랑스에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결혼하면 성인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15살 이상 소년소녀들에게 자기가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일정한 재산을 주어 법률행위를 할 수 있게 했다”는 걸 보면 그게 도저히 못 바꿀 성경구절은 아닌 모양이다. 결국 못 참고 물어보게 되는데, 도대체 19살에 참정권을 허하지 않는 까닭이 뭐지? 그들이 어른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이번호부터 필진이 바뀝니다. 최보은(월간 <프리미어> 편집장), 정태욱(영남대 교수·법학), 설혜심(연세대 강사·서양사), 정진웅(성공회대 강사·문화인류학)씨가 돌아가며 집필하게 됩니다. 그동안 애써주신 윤건차(가나가와대 교수·사상사), 김현미(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 방현석(소설가), 김진송(목수)씨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