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7일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예외는 있다. 2016년 전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집단 감염 이후에 만들어진 ‘감염병예방법’에서다. 병가는 없지만 개인이 걸린 병이 전염될 우려가 있다면,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의 2(사업주의 협조 의무)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이 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유급휴가) 외에 그 입원 또는 격리 기간 동안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받을 때에는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전염병에 걸리면 ‘쉬어라’ 국가가 나서서 격리 기간을 유급휴가로 규정(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 유급휴가 부여는 기업의 의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목적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전염 위험성이 낮아 병원이 아닌 집에서 쉬는 경우(자가 격리)까지 ‘유급휴가’를 주도록 국가는 법으로 권장한다. 이는 급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개인은 쉬기 어렵다는 사실을 국가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전염병이라고 무조건 유급휴가를 받을 수는 없다. 법령에는 최근 유행하는 A형 간염을 포함한 장티푸스 등 1~5군 감염병, 지정감염병 등 그 내용을 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걸린 병이 법령에 있거나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특정 질환일 경우 감염병예방법으로 쉴 수 있다는 뜻이다. 전염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국가의 조처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특정 질환의 경우 생활보호 규정도 두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20조 (부양가족의 보호)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감염인 중 그 부양가족의 생계유지가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부양가족의 생활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한 개인이 에이즈에 걸렸고 부양할 가족이 생계유지가 어렵다면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결핵예방법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결핵으로 입원 명령을 받아 격리치료가 요구될 때 부양가족의 생계유지 여부를 국가가 판단해 생활비 등의 지급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병에 걸려도 돈 걱정 없이 쉬려면 A형 간염이나 에이즈, 결핵 정도는 돼야 하는 현실, 내 몸을 위해서는 안 되고 가족을 이유로는 쉴 수 있는 역설을 해소하려면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할까.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쉬어야 김수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원은 2018년 12월 펴낸 ‘질병으로 인한 가구의 경제활동 및 경제상태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의사 진단서 등 근거를 제시하고 휴직(휴가)을 요구했을 때 기업은 사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병가를 허용해야 한다. 또 병가를 사유로 회사로부터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는 또 “나아가 병가기간을 마치면 휴직기간 전과 같은 업무나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무로 돌아오고, 병가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되도록 한다”고 했다. 국가가 가족 돌봄을 법으로 보장하는 만큼이라도 노동자 개인의 건강을 배려하라는 것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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