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피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제4조(거짓 채용광고 등의 금지) ②항에는 “구인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벌칙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다.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 수는 있지만, 부당해고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기광고 냈다가 수정하면 그만 지혜(가명)씨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ㄷ회사의 채용공고를 봤다. “계약직 근무기간 6개월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 돼 있었고, 상여금과 식대도 준다고 했다. 면접에서도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정규직 꿈을 갖고 출근했지만 그의 자리는 어느 정규직 노동자의 출산휴가를 대체 하는 것이었다. 6개월이 지나 정규직이 돌아오는 날, 그는 회사에서 쫓겨났다. 정규직 전환은 애초에 거짓말이었다. 상여금과 식비도 지급되지 않았다. 지혜씨는 인사과를 찾아갔다. 산전후 휴가 대체 자리라는 사실을 채용공고와 면접, 근로계약서에서 숨긴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인사과장은 “근로기준법상 꼭 ‘산휴대체’라고 기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자 나타난 사장은 “공고는 일종의 광고라 좋은 것은 다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태껏 회사에 너처럼 불만을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 그냥 계약기간 끝나면 나갔지. 사람이 좋게 좋게 넘어갈 줄 알아야지.” 지혜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는 사람인의 채용공고를 바꿔놓았다. 그는 사람인에 거짓 구인광고를 신고하고 구인광고 수정 내용 자료를 요청했지만, 사람인은 기업정보 자료를 개인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했다. 회사가 사기 채용공고를 올려놓고 문제가 되면 수정하면 그만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출산휴가자 대체인원을 구하는 것을 채용공고상에 명시하는 것이 구인자의 법적인 책임은 아니고, 채용공고상의 복리후생과 근무환경은 사업장의 단순한 근무환경을 서술한 것이지 근로조건을 게재한 것이 아니”라며 회사를 감쌌다. 준규씨와 지혜씨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알바천국’에서 한 달에 550만원 이상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한 나머지 사이트에 올려진 번호로 전화했고 면접을 봤습니다. 광고에 나온 대로 벌고 싶다면 지입차(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 차량)를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고 계약서를 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당했음을 알았습니다.” “처음 채용공고에서도 멀리서 온 직원들을 위해 기숙사를 무료 제공한다고 했고 면접에서도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한 달 수습기간이 끝나니 일방적으로 기숙사 비용을 받겠다고 합니다.” “채용공고에서 근로 제공 업무는 ‘냉동기 선임’인데 전보 배치로 근무 장소가 이전돼 ‘보일러 선임’을 맡게 되었고, 업무 변경이 부당하다고 얘기했지만 퇴사 압력이 두려워 이의 제기를 못했습니다.” ‘일자리 사기’는 상품 사기보다 나쁘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불법·과장 광고가 판친다. 정규직이라고 광고하는데 가보면 파견직이다. 세상 경험이 짧은 청년들이 덜컥 낚시에 걸려든다. 채용정보 회사들이 방치하고 정부가 외면하는 사이, 불법광고가 넘쳐난다. 채용절차법의 처벌 조항을 징역형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가 채용절차법 위반으로 불법광고 회사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구인·구직 회사도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불법광고를 규제해야 한다. 일자리 사기, 불법 채용공고는 상품 사기광고보다 죄질이 훨씬 나쁘지 않은가. 직장갑질 제보 gabjil119@gmail.com 후원계좌 010-119-119-1199 농협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 운영위원
<한겨레21>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한겨레21>이 기존 구독제를 넘어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한겨레21>은 1994년 창간 이래 25년 동안 성역 없는 이슈 파이팅, 독보적인 심층 보도로 퀄리티 저널리즘의 역사를 쌓아왔습니다. 현실이 아니라 진실에 영합하는 언론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정의롭고 독립적인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한겨레21>의 가치를 아는 여러분의 조건 없는 직접 후원입니다. 정의와 진실을 지지하는 방법, <한겨레21>의 미래에 투자해주세요.
*아래 '후원 하기' 링크를 누르시면 후원 방법과 절차를 알 수 있습니다.
후원 하기 ▶ http://naver.me/xKGU4rkW
문의 한겨레 출판마케팅부 02-710-0543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