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화 기자
그래서 김씨는 누군가가 보면 ‘어이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자신이 일한 복지관의 ‘실질적 사장’이었던 자승 스님과 설정 스님을 임금체불로 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두 스님은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자 당연직으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대표이사였다. 자승 스님은 2009년 11월부터 8년간 총무원장을 맡았고, 설정 스님은 2017년 11월부터 10개월간 총무원장을 맡았다. 김기홍씨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마천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할 때 사용했던 출퇴근 기록표를 가지고 있다. ‘2015년 1월26일: 8시18분 출근, 23시09분 퇴근’. 출퇴근 기록표에는 이런 날이 부지기수다. 사회복지사 일 자체도 많았지만 법회 참석, 연등 달기, 3천 배 철야정진, 스님 접대 준비 등 사회복지사 업무가 아닌 일도 많았다. 조계종 후원금을 내라는 강요도 받았다. 동료들과 자조 섞인 농담으로 “우리는 절 노비”라고 말하곤 했다. 김씨는 “주말에도 일했지만, 이때 일한 시간은 증거(출퇴근 기록표)가 없어 임금체불 고소 때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돈을 못 받고 일한 게 700시간을 훨씬 넘는다는 뜻이다. 조계종뿐 아니라 종교법인의 사회복지재단에서 이런 문제는 아주 많다. 앞서 <한겨레21>은 대한불교 진각종의 진각복지재단이 산하시설 직원들에게 불교행사 참석과 후원금 납부 등을 강요했다고 지난 1월 보도(제1247호 표지이야기)한 바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부당한 일을 겪으면서도 “이 바닥이 좁다”며 외부로 문제를 드러내기 어려워한다. 노동청은 “스님들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말만 김기홍씨처럼 사회복지재단을 상대로 싸우는 사회복지사는 드물다. 그만큼 억울함이 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씨는 2018년 5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임금을 못 받았다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에 진정했다. 노동청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같은 해 7월 고소를 했다. 진정은 밀린 임금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고, 고소는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달라는 요구다. 노동청은 임금체불로 고소가 들어올 경우 두 달 안에 수사를 끝내고 그 결과를 검찰에 보내야 한다. 그런데 아홉 달째 노동청은 ‘실질적 사장’이었던 자승 스님과 설정 스님을 부르지도 못하고 있다. 대표이사였던 두 사람을 조사해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처벌하든지 말든지 할 수 있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두 스님에게 출석요구를 했으나 ‘동안거’(음력 10월15일부터 이듬해 1월15일까지 일정한 곳에 머물며 수도하는 것)라는 이유로 출석할 수 없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 민원 처리 기간을 연장했다. 최근 다시 출석요구를 하려고 했으나 두 스님의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청이 스님들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직접 찾아봤다. 설정 스님은 충남 예산의 수덕사 소속이다. 수덕사 누리집에는 설정 스님이 3월17일 수덕사에서 참배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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