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들은 죽음을 슬퍼해줄 지인이 있는데도, 혈연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애도받지 못한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무연고자 ‘화장→10년 봉안→산골’ 서울시 무연고자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의 박진옥 사무국장은 “‘법상으론 무연고자의 지인들이 장례를 치르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재량권을 행사하려 하지 않는다. 또 병원에서도 주검을 지인들에게 내주지 않는다. 법을 개정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범죄에 악용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친족 살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사망 원인 수사는 경찰 몫이고,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엔 마지막을 함께 보낸 지인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연고자가 죽으면 대체로 장례 절차 없이 화장된다. 화장된 유골은 10년간 보관되는데, 지인들은 기일에 애도하러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 유골은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0년 뒤 뿌려진다. 나눔과나눔에서 장례 자격을 확대하자는 이유도 ‘애도’ 때문이다. 무연고자가 죽으면 사회경제적 비용으로만 다루어질 뿐, 한 사람의 삶을 마감하는 데 애도할 시간과 장소는 주지 않는다. 혈연가족만 없을 뿐 죽음을 슬퍼해줄 지인이 있는데도, 법에서 ‘장례의 자격’을 협소하게 판단하면서 지인들이 애도할 권리를 빼앗고 무연고 사망자를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3년 1271명에서 2017년 2010명으로 늘었다. 박 사무국장은 대안으로 일본을 예로 들었다. “동경도청 복지보건국에서 발행한 생활보호 운용 사례집을 보면 지인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사례집에선 ‘장례를 치를 부양의무자가 없어 친구 을이 장제를 하게 됐다. 을이 장제 부조를 신청했을 경우, 그 실시 책임과 보호의 필요 여부는 어떻게 다툴 것인가’라는 질문에 동경도청 복지보건국은 일본 생활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1호를 근거로 들어, ‘친구 을에게 장례 협조를 하고 실시 책임은 사망자의 보호기관인 지자체가 진다’고 설명한다. 해당 법은 장례를 행할 수 있는 경우로, ‘피보호자가 사망한 경우에 있어, 그 사람의 상제를 행하는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 등을 들고 있다. ‘가족 해체’ 현실 반영한 법 개정 필요 박 사무국장은 “과거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만든 법과 제도는 현재의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직 장례를 혈연의 가족에게만 허락한다. 형제자매 수는 줄어들고 비혼이 늘면서 혈연 중심 가족관계가 느슨해지는데다, 1인가구가 앞으로 더 늘어날 텐데 현재 법적 한계를 그대로 안고 간다면 무연고자 사망은 더 늘어날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는 2017년 562만 가구였다. 2000년 222만 가구였는데, 17년 동안 약 2.5배 늘었다. 현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28.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애도되지 못하는 죽음, 이별할 기회조차 없는 슬픔. 혈연이 없어 외로운 삶을 살았던 이들은 혈연이 없어 더 외로운 죽음을 맞게 된다.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산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알 수 있다. 애도받을 권리를 무연고자들에게도 달라.”(박진옥 사무국장)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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