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노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부당해고 철회’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한겨레 김정효 기자
“저도 이런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어서 버티는 게 아닙니다. 억울하고 분한데 이대로 제가 자진 퇴사를 하면 자존심도 상하고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돈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버티는 겁니다. 자진 퇴사하면 실업급여도 못 받게 되니….” 회사 대표와 관리자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민준씨에게 정직 1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민준씨는 직장갑질119의 자문을 받아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내고, 노동청에 체불임금도 진정했다. 한 달 뒤 복귀하자 회사는 합의를 제안했다. 그는 체불임금과 해고 위로금을 제시했다. 회사는 금액이 많다며 합의를 거부했다. 해고통지서 요구하자 ‘해고 철회→괴롭힘’ 며칠이 지났다. 쉬는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는데 사장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그의 옷을 잡아끌고 나가 쓰레기통 주변을 청소하라고 했다. 민준씨가 거부하자, 사장은 해고라며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는 해고통지서를 달라고 했다. 다음날 회사는 다시 “해고 철회 대기발령”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민준씨는 다시 출근했다. 갖은 모욕을 감수하며 현장사무실에 앉아 대기했다. 체불임금 진정 뒤 고소 단계로 가자, 회사는 체불임금을 입금한 다음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했다. 민준씨는 고소한 뒤의 체불임금이 있어서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회사는 민준씨가 현장사무소에 대기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를 본다는 이유 등으로 다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해고를 결정했다. 민준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준비했다. 그러자 회사는 다시 위로금 합의를 요청했고, 노동위원회에서 그가 제시한 금액으로 합의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지 3개월 만이었다. 그는 3개월 동안 직장갑질119와 열 차례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제27조(해고 사유 등의 서면 통지)는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서면이 아니면 효력이 없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돼 해고 기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평소 맘에 들지 않는 직원을 말 한마디로 쫓아낸 사용자는 부당해고라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해고를 철회한다. 그리고 해당 직원에게 업무를 주지 않거나 괴롭혀서 스스로 나가도록 한다. 그래도 직원이 버티면 지시 불이행과 근무 태만으로 엮어 징계해고로 쫓아낸다. 해고→철회→괴롭힘→자진 퇴사 유도→징계해고 순이다. 해고를 철회하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실효가 사라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체불임금에는 합의했는데,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부당해고가 인정될 것 같으니까 오늘 일방적으로 해고를 철회하겠답니다. 이후에 무슨 일을 꾸며서든 자진 퇴사를 받으려고 별짓을 다 할 게 뻔한데, 철회에 대해 근로자 동의가 없어도 해고 예고가 철회된 건가요? 해고도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해고 철회도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근로자가 장난감도 아니고, 진짜 이제는 어이가 없고 멍해지네요. 너 나가, 했다가 이제 부당한 것을 인지하고 문제가 생길 듯하니 다시 들어오라는 건데, 해고 철회 통보 이후 결근하면 자진 퇴사로 본다는 말이 있는 거 같아서요. 진짜 웃기는 거죠.” 한 대기업 가맹점 직장인이 보낸 편지다. 불법해고 철회 땐 무죄… 돈 돌려준 강도는 무죄? 노동자가 사직 의사를 철회하려면 사용자 동의가 필요하지만, 사용자는 노동자 동의 없이 해고를 철회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해고를 철회한 뒤 노동자가 응하지 않으면 결근으로 처리돼 자진 퇴사가 되고 실업급여도 받기 어렵다. 신종 ‘해고 철회 갑질’이다. 월급 떼먹었다 갚으면 면죄, 불법으로 해고했다 철회하면 무죄라니, 길거리에서 돈을 빼앗았다가 뒤늦게 되돌려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법을 방치하니, 반성을 모르는 못된 사장들이 넘쳐난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으로 해고와 철회를 반복하는 사용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악질 사장이 줄어든다. *제1224호 ‘교수의 절대 갑질 어디까지 당해봤니’에 나오는 성균관대 약학대학원 교수에 대해 교육부가 특별조사를 벌여 자녀 연구·논문에 대학원생들을 동원한 사실을 확인하고 성균관대에 파면을 요구했고, 검찰과 경찰은 연구비 가로채기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 제보 gabjil119@gmail.com 후원계좌 010-119-119-1199 농협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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