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청 누리집엔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에 중학생은 ‘비용 부담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 청구하는 것인 인정하지 않는다”고 표기했다. 현재 정보공개법상 청구권자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은평구청 누리집 갈무리
더 심각한 점은, 행안부에서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은 만 14살 미만은 아예 가입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와 사법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의 정보공개 청구는 정보공개 포털을 이용하는데, 만 14살 미만은 온라인 정보공개 청구가 애초에 불가능한 셈이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가 보호자의 휴대전화 인증 등을 거쳐 가입할 수 있는 것과 상반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기술 시스템상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았다는 걸 확인할 수 없다. 14살 미만 아동은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첨부해 해당 지자체나 기관에 가서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정보공개 청구에 제한을 받는 대상은 아님에도 만 14살 미만은 온라인 정보공개라는 간편한 방법을 두고도 우편이나 팩스, 현장 방문 같은 번거로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은진이가 정보공개 청구에 나이 제한을 둔 경상북도 청도군의 행정정보를 알고 싶다면, 청도군청에 찾아가거나 우편, 팩스로 접수시킬 수밖에 없다. 포털 사이트가 대리인 인증을 거치면 만 14살 미만도 가입을 허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행안부 관계자는 “정보공개 청구는 공개되는 정보가 본인 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정보면 상관없지만, 공개 정보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이가 있어 네이버 같은 포털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알 권리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하는 송기호 변호사는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본인이 다니는 학교 등에 알 권리가 있는데 법률에 근거 없이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은평구청 등에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중학생은 단독 청구 불가, 고등학생은 가능이라고 표기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법 제17조 2항을 보면 공공 목적으로 청구하는 것은 비용 부담을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성년자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 금전을 지출할 권리가 있어서 미성년자가 비용을 내는 데는 아무런 법적 장애가 없다”고 밝혔다. 주민번호 삭제하라 만 14살 미만의 정보공개 청구를 제한하는 근거로 삼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 6항의 내용은 “만 14살 미만의 아동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하여 이 법에 따른 동의를 받아야 할 때에는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이다. 현재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쓰게 하는데 만 14살 미만 아동은 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며 주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쓰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는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려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을 쓴 청구서를 내야 한다. 김예찬 활동가는 “정보공개 청구자에게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요구함으로써 정보공개 청구자가 특정되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며 “주민등록번호는 바꿀 수 없고, 청소년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측면에서도 주민등록번호 기입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주민등록번호 기입을 삭제한 내용을 담은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학내 성폭력 등을 고발하는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페미니즘 활동가 양지혜씨는 올해 성폭력 가해교사 복직률 같은 정보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다. 양 활동가는 “현재 가해 교사의 징계도 고발 학생들은 기사를 보고 아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학생들이 관련 정보를 얻기 열악한 상황이다. 스쿨미투가 전문 지원단체가 아닌 청소년 당사자들 중심으로 진행돼 그동안 정보공개 청구를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청구할 생각”이라며 “청소년은 당연히 미성숙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청소년에게 정보공개 청구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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