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영국 방송 가 님침스키의 삶을 다큐멘터리영화 <프로젝트 님>으로 만들었다. 영화 <프로젝트 님>
침팬지는 문장을 만들 수 있는가 연구자들은 왜 예정된 파국을 알면서도 동물을 집 안에 들였을까? 물론 실험이 행해진 당시는 동물에 대한 태도가 지금보다 훨씬 모순적이었다. 의학 실험실과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소의 침팬지들이 바이러스를 주입받거나 무중력 실험에 동원돼 기계에 묶여 뱅글뱅글 돌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사람은 먼 미래의 일은 제쳐두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그들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대했다. 귀여운 새끼의 행동이 그들의 마음을 빼앗았거니와 그게 연구 성과에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이 흘러 사람이 다치는 등 양자택일의 순간이 왔을 때 연구자들은 등을 돌렸다. 유행처럼 확산되던 실험은 허버트 테라스가 1979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은 ‘침팬지는 문장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논문과 함께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전까지만 해도 유인원의 ‘놀라운 언어 능력’이 다른 저명한 학술지의 표지를 장식했기에 이 논문은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줬다. 침스키를 연구하던 테라스는 침스키가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장을 만들 수 없었다며 기존 태도를 바꿔 침팬지에게 언어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듬해에는 ‘영리한 한스 현상: 말, 고래, 유인원과 사람들의 의사소통’이라는 제목의 뉴욕과학아카데미 총회가 열렸다. 영리한 한스는 20세기 초반 독일에서 사람이 낸 산수 문제에 발로 땅을 쳐서 답하는 동물로 유명했는데, 나중에 사람의 무의식적인 신호를 포착해 정답을 맞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인원 수화 실험은 조롱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수화를 배운 유인원은 수백 개에서 많게는 1천 개 이상의 어휘를 구사했다. 몇 개의 단어를 연결함으로써 구문 능력의 초기 버전을 보여주었다. 이건 언어 능력이 아니란 말인가? 언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유인원 연구자들이 동물의 언어 능력을 보고하면, 전통적인 언어학자들은 축구장의 골대를 옮기는 식으로 대응했다. 맨 처음엔 상징을 쓰는 게 언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복잡한 문법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양 진영의 다툼에 얽힐 것 없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동물에게 인간의 언어가 필요할까? 만약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이 당신을 납치해 8개 다리와 빨판과 먹물을 이용하는 언어를 가르친다면 배울 수 있을까? 설령 어설프게 구사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인간이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550만 년 전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두뇌를 비롯한 신체 기관의 용도와 능력의 최대치가 각각의 부문에서 다르다. 이런 점에서 유전자는 결정적이다. 침팬지에게 수화를 계속 가르쳤더라도 어느 순간 한계에 부닥쳤을 것이다. 최근 연구자들은 동물이 쓰는 인간 언어가 아닌 그들 자체의 언어를 연구한다. 야생 침팬지들은 숲의 세계에서 그들만이 쓰는 몸짓으로 의사소통한다. 우간다의 연구자들은 이를 오랫동안 관찰해 ‘여기 와’ ‘길을 잃었어’ 등 58개 몸짓 언어와 2천 개의 사용 예를 기록했다. 실제 침팬지의 ‘진짜 언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나는 인간인가 침팬지인가 말하는 유인원은 과학 역사에서 가장 대담하고 기이한 실험이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 말까지 심리학계와 인류학계에 불어닥친 이 열풍은 20마리 이상의 ‘반인반수’라는 사회적 이종을 만들었다. 그들은 지금 철창에 갇혀 여생을 보낸다. 일부는 동료에게 수화를 가르치기도 했다. 지구 생태사에서 가장 기이한 종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묻는다. 나는 인간인가, 침팬지인가. 런던(영국)=남종영 <애니멀피플>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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