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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궤도를 이탈한 위성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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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3-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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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기 공급 등 현안 뒷전…불리한 정보유출 이유로 간부사원 해고 급급

‘꿈의 미디어’라는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대표 강현두)가 본방송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된 3월8일. 지난호 디지털위성방송 특집기사에 등장했던 마라도의 김운영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제 수신기를 설치한 집이 많이 늘어났습니까?” “아직 그대로 4가구(30가구 중)뿐이에요. 3월중에는 다 된다고 하는데 모르겠네요.” 수신기 보급 차질로 디지털위성방송 가입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스카이라이프쪽은 하루 1만대 분량의 수신기를 공급해 설치하고 있기 때문에 곧 적체가 풀릴 것이란 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영 다르다. 예약 가입자의 실가입 전환율이 뚝 떨어지는 등 이상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부족 등 스카이라이프 앞에 쌓인 다른 과제도 적지 않다.

간부사원 해고, 괴문서가 물증?

사진/ 스카이라으프가 무리한 인사조처로 본방송 초기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무실 전경. (김종수 기자)
사정이 이러함에도 스카이라이프 경영진이 현안을 다잡고 풀기보다는 엉뚱한 곳에 헛힘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4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병효(48) 동부권총괄지사장, 양정철(38) 고객센터장, 박승룡(38) 대외협력실 부장 등 사원 3명의 해고를 의결했다. ‘회사의 주요 현안을 외부에 유출해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게 해고 사유다. 스카이라이프는 이에 앞서 내부정보 제공자를 색출하겠다며 임직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하고 컴퓨터를 임의로 들고가 이메일 내용을 뒤졌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양재원 대외협력실장은 이번 해고조처에 대해 “그 세 사람은 사내 정보를 바깥으로 내보냈을 뿐 아니라 사장에 대한 허위사실까지 언론에 유출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취업규칙, 인사규정, 인사관리지침, 복무지침 등 각종 회사 규정에 따른 징계”라고 말했다. 양 실장은 “더욱이 실수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점 때문에 중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해고자 명단에 포함된 박승룡 부장은 “익명으로 입수한 정체불명의 투서만을 근거로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한 확인이나 입증작업 등 최소한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내려진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 등은 앞으로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해고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포함)을 제기하고 회사 및 사장 등을 형사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박 부장 등이 사내정보나 허위사실을 외부에 유출했는지, 또 그로 인해 회사에 얼마나 손실을 끼쳤는지를 명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웃지 못할 일은 회사쪽이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며 제시한 물증이 그야말로 괴문서(회사쪽을 대변하는 양재원 실장조차 ‘괴문서’라는 표현을 썼다)라는 점이다. ‘보낸 날짜: 2월20일’, ‘보낸사람: 강철’로 돼 있는 이 괴문서는 이메일 형태로 만들어져 회사와 사장에 대한 음해가 이뤄지고 있음을 고발하고, 감사팀장이 곧바로 자료수집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세 사람의 이름을 거명하며 ‘역적모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표현과 음해 사실을 담은 첨부자료도 들어 있다.

정상적인 업무처리라면 괴문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함에도 그런 흔적은 별로 없다. 회사쪽은 2월25일 문제의 세 사람에게 각각 ‘징계사항을 처리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3월4일 개최하겠다’고 공문을 통해 알렸다. 이에 대해 박 부장 등이 인사위의 구성도 비밀에 부친 채 누가 무슨 사유로 징계를 요구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지적하자, 회사쪽은 다음날 ‘출석 및 답변 통지서’를 다시 냈다. 최소한의 조사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인사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징계가 이뤄진 것이다.

진위 확인 절차도 없어

실소를 금치 못할 게 하나 더 있다. 2월25일자 출석 및 답변통지서에 명시된 혐의 내용이 ‘2월22일자 한겨레신문 기사의 건’으로 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 날짜 <한겨레> 28면에 실린 기사는 본방송을 앞두고 수신기 보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본방송 때 그대로 확인된 사실이었다. 언론에 실린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든지 법에 호소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도 스카이라이프는 내부 제보자부터 색출하겠다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절차적인 흠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했다는 객관적인 물증은 어디에도 없다. 가입자들의 불편과 실망을 풀어주는 데 써야 할 힘을 엉뚱한 곳에 쏟는다면 돌아올 답은 시청자들의 외면일 것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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