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유공자회, 이번엔 골재 `담합' 연루
인천공항 확장공사 투입될 여주 남한강 자갈 공급 차질
등록 : 2019-04-01 03:43 수정 : 2019-04-01 11:13
북파공작원 단체인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이하 특임유공자회)가 불법적인 골재 가격 담합에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합의서(사진)’를 <한겨레21>이 단독 확보했다. 이 일과 관련해 인천공항 제2터미널 계류장 확장 공사에 쓸 자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 준설토에서 골재를 생산하는 3개사와 이 지역의 최대 골재유통업체인 ㅎ사 등 4개 업체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자갈의 공급 물량과 가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4개항 합의서를 지난 2월28일 체결했다. 합의서에 서명한 골재생산 3개사 중 한 회사(ㅇ사)가 특임유공자회의 남한강 골재사업을 실제 운영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ㅇ사 사주가 특임유공자회 골재사업본부장이기도 하다. <21>은 내부 제보자를 통해 불법 소지가 뚜렷한 이 합의서를 확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합의서를 입수해, 부당한 공동행위 혐의에 대한 사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 내용을 보면, 골재생산 3개사는 유통업체인 ㅎ사와 사전에 계약한 단가 이하로 자갈을 제3자에게 판매·공급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1만㎥ 이상 수요처에는 ㅎ사를 통한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때 ㅎ사는 전체 공급 물량을 3개사에 동등하게 배분해 납품받기로 했다.
정리하면, 1만㎥ 이상 물량은 ㅎ사를 통해서만 3개사가 3분의 1씩 나눠 공급하고, 그 이하 소규모 물량은 각자 공급하되 ㅎ사가 정한 가격 이하로 팔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강에서 나오는 ‘강자갈’은 여주 남한강 지역에서 유일하게 생산돼,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의 전체 강자갈 가격을 ㅎ사가 임의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합의서인 셈이다.
합의서 내용은 자금력이 풍부한 ㅎ사가 4개 업체 간 담합을 주도했음을 보여준다. 전문에서 “4대강 준설 입찰 3개사는 ㅎ사로부터 골재 대금을 선수금으로 수령해 골재공급계약을 한 회사”이고, “덤핑 판매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해 4개항을 준수하기로 합의한다”고 돼 있다. 또 계약 위반이 있을 때 ㅎ사는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 경우 계약 위반 업체는 계약 통보 즉시 선수금 잔액과 그 두 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내야 하고, ㅎ사가 취하는 물리적인 생산·출하 금지 조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일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강자갈 재고가 남아돌아 ㎥당 6천원의 헐값에 거래됐으나 인천 제2공항의 계류장 확장 공사에 자재로 채택되자, 가격 상승을 노린 ㅎ사가 지역 업체들을 묶어 담합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남한강 자갈의 거래가 차질을 빚어, 인천 제2공항 계류장 확장 공사에 들어갈 `강자갈' 공급이 2주 이상 중단되고 있다.
ㅎ사의 대표 ㄴ씨는 <한겨레21>에 “외부 건설업체들이 가격 후려치기로 시장 흔들기(덤핑)에 나서니까 그에 맞섰던 것이지 담합이 아니다”라면서 “비싼 선수금 주고 물량을 확보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바보가 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또 “합의서는 3개 업체가 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