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엔지니어링 소속 명지웅씨가 “정규직이 됐는데도 자동차 기름값을 사 쪽에서 지원받지 못한다”며 항의하고 있다. 청호나이스 노조 제공
업무 차량 구매도 수리비도 ‘노동자 몫’ 명씨의 월급은 200만원 수준이다, 많이 받아야 230만~240만원 정도다. 기본급에 건당 수수료, 판매수당 등이 붙는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되레 돈을 쓰는 느낌이다. 나이스엔지니어링 소속 기사들은 정규직이 됐지만 청호나이스와 위탁계약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노동자가 자동차를 사고 유류비, 자동차 감각상각비, 수리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명씨의 주 일터는 충남 서산 외곽 지역이다. 서산 인근 대산, 원북, 이원이 명씨 관할이다. 사업처와 손님 집이 70㎞가량 떨어진 곳도 있다. 명씨는 먼 곳에서 접수가 뜨면 망설여진다. 명씨가 멀리 있는 손님 집을 피하는 건 기본 건수 때문이다. 나이스엔지니어링은 기사들에게 기본급을 주는 대신 수리·설치 등 기본 업무 건수를 160건으로 뒀다. 하지만 수도권보다 손님이 적은데다, 도심이 아닌 변두리 지역을 도는 명씨가 160건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 160건 이상을 채워야 건당 수수료 약 7천원을 받을 수 있는데 명씨는 이 수수료를 받은 적이 없다. 보통 한 달에 140건 정도 하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60건을 채울 수 있지만 외곽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렵다.” 2018년 11월 명씨가 쓴 자동차 유류비는 70만원이다. 월급에서 기름값을 빼고 나면 이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2018년 최저임금 157만원도 안 된다. 손님 집 사이 이동 거리가 먼 탓에 한 달에 한 번 엔진오일을 갈아야 하고, 타이어도 자주 갈아야 한다. 이 모두 명씨가 내야 하는 돈이다. 정수기를 싣느라 트렁크가 부서져도 회사에 수리비를 청구하지 못한다. 주차할 곳이 없어 불법 주차를 했다가 딱지를 떼여도 마찬가지다. 명씨가 2014년에 산 자동차는 청호나이스와 계약할 당시 주행거리 3만㎞에서 기사로 일한 지 3년 만에 21만8천㎞가 됐다. 3년 만에 약 19만㎞를 탄 셈이다. 명씨는 “내년이면 자동차 주행거리가 30만㎞에 육박할 텐데 중고차로 내놓으면 누가 이 차를 사겠냐”고 한숨지었다. 류경완 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하자, 사 쪽은 기존에 있던 ‘급지수수료’를 ‘유류비’라고 이름을 바꿔 ‘자동차 기름값’이라고 한다. 급지수수료는 먼 지역을 맡은 기사들에게 주는 추가 지원금으로, 기름값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사 쪽은 “급지수수료는 유류비 명목으로 지급되던 것이며, 정규직이 된 직원들에게 수수료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아 바꿨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규직이라는 말 치졸해” 상황이 이러니 나이스엔지니어링 소속 기사들은 사 쪽에서 말한 고용안정성에 의문을 품는다. 노조 쪽은 “고용안정도 생계가 유지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명씨는 “정규직이라는 말 자체가 치졸하게 느껴진다. 정규직 전환의 혜택이라는 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한 가지 있다면 청호나이스 개인사업자 시절엔 없던 가족상을 당했을 때 나무젓가락 지급 같은 상조 서비스가 있다는 것 정도다. 회사에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 아들과 같은 나이인 20대 동료한테 다른 일을 하라고 얘기해 내보냈다”고 말했다. 나이스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정규직 전환 때 조건을 달았다. 특수고용직이던 기사들이 회사라는 조직 체계에 적응할 시간을 준다며 시용 계약 기간을 둔 것이다. 팀장급은 3개월 뒤, 경력 1년 이상은 6개월 뒤, 1년 미만은 1년간 계약직으로 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명씨는 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청호나이스의 직접고용이 아닐뿐더러 정규직 전환이 되면서 임금 체계가 이전보다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명씨처럼 서명하지 않은 노동자는 나이스엔지니어링으로 넘어온 기사 1천 명 중 약 300명이다.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인원까지 전원 자동으로 나이스엔지니어링으로 넘겨졌다. 지금은 계약 기간 1년이 끝나지 않은 1년 미만 경력자 220명을 제외한 700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청호나이스의 서울 지역 사무소에서 약 15년 동안 일한 기사 김진기(41·가명)씨도 명씨처럼 시용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김씨의 상황은 명씨보다 낫다. 서울 지역에서 일하고 오래 일한 덕에 단골들이 있어 기본 건수 160건을 채우기 어렵진 않지만, 월 급여는 70만~80만원쯤 줄었다. 정규직 전환 이후 토요일 근무는 당직자가 하는데, 손님 관리를 위해 토요일에 당직이 아닌 경우 일해도 휴일수당을 받을 수가 없다. 중학생·초등학생 남매를 키워 돈이 많이 든다. 아내가 별말은 하지 않지만 급여가 줄어 걱정이다. 김씨는 “일방적으로 정규직 전환했는데, 월급이 줄어 정규직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도 지역에서 일하는 유영수(31·가명)씨도 정규직 전환되고 좋은 점을 찾지 못했다. 대기업 인턴을 마치고 구직 활동 중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청호나이스에서 일하게 됐다는 유씨는 “한 달에 4대 보험 등을 떼면 170만원 정도 받는다. 내년에 여자친구와 결혼하기로 했는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유씨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부모님 댁으로 들어갔다.
청호나이스 노조는 “파업에 들어가자 한 지역 본부장이 지사장에게 ‘설치 기사를 구한다’는 문자를 보내는 등 불법 대체 인력을 물색했다”고 주장했다. 청호나이스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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